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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이강만 한화그룹 상무

 
지난 달 말 군입대한 아들이 이달 초에 사단 배치를 받았다. 대개는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마친 후에 자대 배치를 받는 모양이지만 큰 아이의 경우 보충대대에서 사단 배치를 받은 후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는 모양이다.

 

군 입대 하기 전부터 아내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머니처럼 그녀도 자기 아들은 너무나 유순하고 연약해서 군대의 힘든 훈련이나 열악한 환경을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는 주장을 펴곤 했다. 그래서인지 군 복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좀더 안전하고 편한 데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덧붙이곤 했다. 요즘 군대 무엇이 힘드냐고 아무리 강변해 보았자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뜻 밖에도 그 유순하고 연약한 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빠, 절대로 미리 손 쓰지 마세요. 어차피 가야 할 곳이라면 제 힘으로 한번 해쳐 나가고 싶으니까요. 배치 받는 곳이 편한 곳이든, 힘든 곳이든 다 뜻이 있겠지요"

 

정말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한방 말이다. 그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이런 대견스러운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고 감동받은 것이다. 게다가 딱히 필자가 어디다 힘쓸 곳도 없는데 아들이 아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해주는 게 너무 고맙기도 했다.

 

주위에 자랑 삼아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제 각각이다.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해 주면서 아들 말대로 하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방 부대에서 너무 심한 고생을 했다는 한 친구는 '그 좋은 인맥 가지고 왜 두 손 놓고 있냐'고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아내도 무언의 압력을 보냈다 '아들로서 부모에게 강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아빠로서 아들 일을 조금은 챙겨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아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대다수 엄마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아내 말처럼 아들 일인데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도 조금 들긴 했지만 눈 딱 감고 아들 뜻을 존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단배치가 확정되는 날까지 어떤 것도 알아 보지 않았다. 발표 당일 확인해보니 후방부대이기를 원했던 아내의 희망대로는 안되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전방 사단에 배치가 되었다.

 

아내는 전방 사단이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요즘 사단배치는 전산 배정을 하기 때문에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듯 군대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서 한 이야기 같지는 않다.

 

스스로 감당해보겠다며 큰소리 쳤던 아들이 요즘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내는 곧 면회 갈 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들떠 있다. 급속도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다.

 

국가유공자이신 선친께서는 가장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싸우셨다. 생전에 당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손자인 큰 아이가 그 용맹한 사단에서 복무하게 된 것을 보면 사단 배치가 단순한 전산배정의 결과는 아닌 것 같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이 정말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크다.

 

조만간 그 아들을 만나면 꼭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이은상 선생님이 쓰신 글인데 필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즐겨 낭송하고 있으며 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더욱 절실히 가슴에 다가오는 애국시다.

 

"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내 사랑 바칠 곳은 오직 이곳뿐. 심장에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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