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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가락과 사투리가 세계문화로 통하는 길"

전북도문학관, 윤재근 박사 '백제문화권의 전라문인' 특강 / "표준어만 따라가는 한국詩 본딧말소리 반토막내는 꼴"

▲ 22일 전북대 인문대학 2층 교수회의실에서 열린 전북도문학관 문학특강에서 초청 강사로 나선 윤재근 박사가 '백제문화권의 전라문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전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문학평론가 윤재근 박사(한양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지난 22일 오후 2시 전북대 인문대학 2층 교수회의실에서 문학특강을 가졌다. 문학아카데미 개설과 함께 도립문학관의 외연 확대를 위한 첫 번째 대외 행사로 마련된 이날 특강은 전북지역 문인 150명이 참여해 지역문인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동양사상의 석학이며, 문학연구에서 미학적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근대문학의 연구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 박사는 이날 '백제문화권의 전라문인'을 주제로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특강의 요지다.

 

20세기 들어 한국문화는 서구문화의 전방위 침습(浸濕)으로 조선조 문화사대(文化事大)와는 판이하게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서구문화가 우리 본래문화를 유지해온 기층마저 뒤흔들어 자문화의 뿌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문학은 그 나라 자문화의 보루가 되어준다. 그러나 20세기 한국문학은 서구문예의 종속화로 한국문화의 보루 구실을 등한히 한 채로 20세기를 보낸 셈이다.

 

전라도문화는 태초부터 백제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서 숨 쉬고 있으므로 전라도 문인에게 道(大本)가 되어 중심점·구심점이어야 한다.

 

660년에 백제가 패망했다는 것은 그 지배층이 패하여 사라졌을 뿐이지 백제를 떠받쳤던 백성마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전라도문인에게 전라도 방언의 가락을 詩道의 道로 삼아야 함은 作詩의 운명인 것이다. 전라도 본딧말소리의 가락을 타고 백제가 숨쉬고 있음을 전라문인이라면 조금이라도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백성이 주고받는 본딧말 즉 사투리(방언)의 소리가락에 삶의 온갖 숨결이 생생하게 미래로, 미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시는 제 고장 본딧말소리의 토색을 멀리하고 표준어소리를 따라가면서 산천 따라 이어져온 본딧말소리의 가락을 토막내버린 탓으로 시상만 앞세우고 소리가 가락의 본적을 져버려서 마치 '서울을 현주소로 하고 있다'는 꼴이 됐다.

 

전라문인은 전라도 본딧말소리로 시가를 짓고 경상문인은 경상도 본딧말소리로 시가를 짓는 것이 시인·시가의 본래면복이다. 말소리의 원천을 떠나 외면하면 문인(시인)으로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은 한시에 매달렸던 조선조 문인들을 되돌아보면 명백해진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문인을 일컬어 有道德者라고 함은 말의 목숨인 가락을 뿌리로 삼아 통하게 하고자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말소리로 말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춘향전''흥부전'등 판소리의 가사를 낭독해본 경험이 있는 문인이라면 가락과 방언의 보배로움(一寶)을 가늠할 것이다. 하나의 보배라야 IT세상에서 세계화될 수 있다. 전라문인이 전라도 것이 아닌 것으로 세계로 통하는 길을 낼 수도 없거니와 살아있는 백제문화로 숨쉬게 할 수도 없음을 또한 간파해야 할 것이다.

 

강의장인 전북대에 사투리방언연구소가 개설된 것과 관련, 윤 박사는 삶과 문화 속에 녹아있어야 할 방언들이 오죽하면 인위적으로 연구소까지 만들어 지키고 연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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