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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정량 속이는 행위 철저한 조사를

주유소 기름은 과연 정량 공급될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차량 운전자들이 간혹 한번쯤 의심을 갖는 경우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계 조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의심이 현실로 드러났다. 주유기를 조작해 정량에 미달되게 기름을 판매한 범죄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량보다 평균 4% 정도 모자라게 주유되도록 불법 기판을 제작·변조·유통시킨 프로그래머 김모씨(53)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불법 기판을 대량 생산해 서울과 경기, 충남, 충북, 대구 등 전국 주유소 20여곳에 판매한 인물이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개당 300~400만원을 주고 김씨한테 불법 기판을 구입, 자신의 주유소 주유기에 설치해 수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주유소 대표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부당이득을 챙긴 돈이 전주·완주지역의 주유소 5곳에서만 모두 4억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수법이 너무나 지능적, 계획적이다. 단속에 대비, 일정 양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가 되도록 했고, 단속 시에는 리모컨을 이용해 정상 작동되도록 했다. 특히 석유관리원의 주유량 측정 장비가 20ℓ, 50ℓ, 100ℓ라는 점을 알고 불시 단속에 대비해 20ℓ 이하와 50ℓ, 100ℓ를 주유할 때는 정량이 나오도록 불법 기판을 치밀하게

 

프로그래밍했다. 또 주유 양과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대형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정상 주유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수법으로 전북지역 1만2000여명의 운전자들을 속여 먹었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서민들은 주유비용을 아끼기 위해 별의별 수단 방법을 강구하면서 살고 있다. 이런 고통과 인내를 비웃듯 정량보다 모자라게 주유되도록 머리를 굴렸다. 너무나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행위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는 안된다. 엄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적발된 업소들만 불법 주유를 했겠느냐는 것이다. 불법 기판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판매된 것을 생각하면 '범죄 주유소'들은 더 많을 수 있다. 이 기회에 불법 기판의 유통경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의심이 풀리도록 주유소 전수조사를 통해 정량을 속이는 주유행위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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