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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회장이 자랑스럽다

▲ 안 봉 호

군산본부장

"원장님 위급환자예요."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어 오며 외쳤다.

 

"임신한 환자인데 배가 심하게 아프대요."

 

급히 그 환자를 진료실로 안내토록 했고 진단결과 자궁외임신으로 즉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환자의 친정어머니는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는 것이 아닌가.

 

"죄송합니다. 병원비가 없어서…."

 

환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고 그녀의 어머니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 뜨렸다. 그 심정이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을까.

 

"우리 병원은 '보증금이 필요없는 병원'이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수술부터 받으세요"

 

나는 두 모녀를 안심시키며 다독거려 주었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여전히 짐을 풀지 않고 머뭇거렸다.

 

"보증금없이 수술을 받더라도 결국은 나중에 돈을 내야 하는데, 저희는 그럴 여유가 없거든요"

 

"사람부터 우선 살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 지금은 병원비 타령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니까요. 돈이 없으면 나중에 벌어 갚으면 되잖아요, 염려말고 어서 수술받을 준비부터 하세요!"

 

그제야 그 여자는 수술을 받았고 며칠뒤 건강한 몸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지난 50여년동안 오직 여성의 섬세함과 모성(母性)으로 가난한 서민들의 눈물을 껴안고 박애와 봉사및 애국심으로 살아 온 가천길재단 이길여회장(81)의 산부인과병원 운영시절때 이야기다.

 

1932년 군산시 대야면 태생인 그녀는'가능성은 꿈을 꾸는 사람의 몫 ','처음부터 해 보지도 않고 정상을 포기하는 것은 나약하고 비겁한 일이다'며 자신의 인생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낸 여장부다.

 

'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 머물 수 없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없다'며 결혼도 마다했던 그녀는'다른 일은 멈췄다가 다시 할 수 있지만 한 번 떠난 생명은 결코 살려 낼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국내 의료계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외진 데와 낮은 데'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는 그녀는 '내가 왜 미국땅에 남아 봉사를 해야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국내로 돌아와 헌신하는등 애국심도 투철했다.

 

산부인과개원·의료법인 길병원개원·가천의과대학설립·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개원·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개원등 그녀가 걸어온 족적은 '일이 없으면, 만들어 바람개비를 돌리는 바람개비 정신'의 결과물이었다.

 

그녀는 지난 3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의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인물로 우뚝 섰다.

 

군산의 딸로서 자랑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소유재산을 자신의 재단에 모두 헌납하면서 무소유정신은 물론 '박애·봉사·애국'을 몸소 실천한 그녀는 개인주의·금전만능주의·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이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모교인 대야초등학교 교정에서 개교 91주년을 맞아 그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총동창회가 마련한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흉상제막식이 열린다.

 

이를 계기로 81살의 젊은 처녀인 이 회장의 '박애·봉사·애국정신'이 군산 시민들에게 흠뻑 젖어 들어 군산의 자랑으로 길이 기렸으면 한다.

안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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