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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오랜 벗…각시보다 낫지"

전주문화재단 '백인의 자화상' 초청된 박민평 서양화가

   
▲ 27일 전주 동문거리 한 막걸리집에서 열린 전주문화재단의 '백인의 자화상'에 초청된 박민평씨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막걸리가) '각시'보다 낫다."

 

'막걸리 예찬론자' 서양화가 박민평(72)씨는 "그림 그리느라 진 빠졌으니 보충해야지"하면서 후배들을 이끌고 전주 동문거리에 있는 술집'새벽강'을 자주 들락거렸다. 교사 재직 시절 받은 월급봉투는 '마누라' 주머니가 아닌 물감 값과 술값으로 거의 쓰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후배들이 "술 때문에 교사직에서 불명예 퇴직을 하신 게 아니냐"고 농을 던질 정도로 막걸리를 좋아하고, 후배들과 격이 없이 지낸다. 그런 자신을 평생 잘 받아준 아내에게 "잔디 한 번 더 깎아줄게"라고 약속하는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27일 전주 동문거리 한 막걸리집에서 열린 전주문화재단의 '백인의 자화상'에 초청된 박씨는 사회자 김삼열 전주미술협회 지부장의 짖궂은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작품세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마음속에 아른거리는 감성에 기대어 그린 작품들이 대다수. 고향인 부안의 산과 바다, 드넓은 들판을 즐겨 그린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된 형상과 색감으로 당대엔 보기 힘든 세련된 화풍에 속했다.

 

이날 자리에선 그가 줄기차게 그려온 '산'과 '황금벌판'을 소재로 한 작품도 함께 했다. 특유의 거친 붓질로 빚어낸 질감은 평화롭고 정겨운 산과 들판으로 연출해 잃어버린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이야기가 끝이 날 무렵, 사회자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우문(愚問)에 내놓은 간결한 현답(賢答)은 "바로 나"였다.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해야 한다"는 노장의 열정은 끝이 없어 보였다.

 

박씨는 서라벌 예술대와 전주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열네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전라미술상, 전주시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심사위원, 전주대 미술학과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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