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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익산 미륵사지 출토 녹유서까래기와 - 실용적·심미적 기능 동시에…미륵사와 함께 빛나던 기와

▲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녹유서까래기와.

우리에게 미륵사지는 백제의 무왕(재위 600~641)이 된 서동과 신라의 공주였던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2009년 1월 14일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안기에 따르면,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의 귀족 사택적택의 딸인 사택왕후가 재물을 희사하여 미륵사를 세웠다. 우리가 알고 있던 러브 스토리와 사뭇 다른 내용으로 아연했던 기억이 있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을 덮은 돌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앞서 이야기한 사리봉안기와 더불어 부처의 사리를 모신 사리장엄구, 그리고 사리봉안 의식에 참석했던 귀족들이 넣었던 금판, 금족집게, 은제관식, 구슬 등이 가득했다. 이러한 화려한 보물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사리공 가장 아래에 깔려있던 녹색의 유리판이다. 부처의 사리를 직접 담은 그릇이 유리제인 것을 보면,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보물들을 올려놓기 위해 유리만큼 좋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사리공의 유리판이 제작된 곳은 미륵사지 북승방터 서쪽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은 미륵사지 조성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던 공방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공방터에서 발견된 도가니 안에서 똑같은 성분의 물질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유리판은 동원과 중원의 금당터, 동탑 기단 외부 등지에서도 많은 유리판, 유리 장식 등이 발견되었다. 상상해 보시라. 1400년 전 불상이 모셔진 금당 바깥을 장식한 유리에 햇빛이 닿는 순간을…. 아마도 찬란한 광채와 섬광을 내뿜었을 것이다. 이것을 멀리서 본 사람이라면 일순 부처의 몸에서 나온다는 금빛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도가니에 모래 등을 넣어 끓인 유리물은 유리판이나 장식 이외에도 기와의 표면을 바르기도 하였다. 녹색 빛을 띠는 이러한 기와들을 우리는 '녹유기와'라 부른다. 물론 이 기와는 꽃잎 안에 인동무늬를 장식하는 등 매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데, '백제의 미'가 여지없이 발휘됐다. 그런데 이것들은 한결같이 가운데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지붕 아래에 길쭉하게 나온 서까래에 고정하기 위한 못을 박았던 곳이다. 서까래 끝을 장식하였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빗물이 들이쳐 서까래가 썩는 것을 방지하는 실용적 기능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보이고자 한 심미적 기능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햇빛에 반짝이는 녹유서까래기와를 본 사람의 종교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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