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종 1만3500여 마리 희한한 무늬·빛깔에'감동' / 비단실 뽑아'물레'돌리고
△ 무주 반디랜드의 곤충박물관
무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구천동 계곡 인근에 무주 설천면 무설리에 반디랜드가 있다.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천동행 완행버스를 타고, 옛날 호랑이를 몇 번이나 만났을 법한 고개를 몇 개 넘어, 잘 닦여진 도로를 20분쯤 달리면 반디랜드에 당도한다. 반디랜드는 두 산봉우리에 걸쳐 펼쳐진 거대한 자연생태 휴양지인 셈인데,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대접받으며 서식하는 반딧불이 세상이다.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일한 곤충이다. 예전엔 개똥벌레로 불리며 여름밤 어디서든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청정지역에서만 발견되며, 그래서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깃대종(환경지표)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는 2000여 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8종이 있고 무주에서는 파파리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 종류가 산다.
반딧불이의 빛은 반딧불이 배의 발광세포에 의해 발생하는데, 화학물질인 루시페린이 생체에너지인 ATP와 분해효소인 루시페라제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옥시루시페린과 빛을 낸다. 이런 반딧불이에 관한 모든 지식은 곤충박물관에 들어가 서성이다 보면 실물과 3D입체영상 등을 통해 저절로 알게 된다. 반딧불이 친구들인 온갖 곤충에 대해서도 물론 깊이 알 수 있다.
이곳 곤충박물관은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비단벌레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하여 2000여 종 1만3500여 마리에 달하는, 온갖 곤충이 모여 있다. 다리가 4개인 워커리하늘소, 자웅동체인 데모레우스 호랑나비와 세리세우스 사슴벌레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곤충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도 이름 높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이 널리 알려져 있다. 곤충과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범죄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법과학의 한 분야다. 실제로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곤충만큼 흥미롭고 매혹적인 존재도 드물다. 곤충박물관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환상적인 다양성과 신기한 무늬, 아른대는 황홀한 빛깔을 지닌 곤충에게서 미적 감각을 배워올 수도 있다. 이렇게 경이롭고 아름다운 작은 곤충세계가 오염지역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과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발심이 생긴다면 금상첨화겠다.
반디랜드에 와서 곤충박물관만 둘러보고 돌아간다면 절반만 즐긴 셈이다. 최첨단 망원경을 갖춘 반디별천문과학관에서는 태양계의 탄생과 진화, 밤하늘의 별자리,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 등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반디랜드를 에워싼 칠엽수원과 약용식물숲, 삼림욕장에서 나무그늘 사이로 산책하는 동안 자연과 교감하며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비워낼 수 있다. 밤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통나무집과 숲속의 야영장에서 노랑 빛을 뿌리며 날아다니는 개똥벌레에 싸여 두런대며 잠을 청할 수도 있다.
온가족이 온전한 생태환경 속에서 1박2일 즐겁게 놀았으니, 앞으로 남은 삼복염천이 두렵지 않게 더위를 이겨낼 힘을 얻고 온몸에 감흥이 풍성히 쌓일 것이다.
△ 부안의 누에타운
부안군 변산면 마포 삼거리에서 뽕나무 밭에 둘러싸인 유유 저수지를 지나 10분 더 걸어 올라가면, 기어가는 누에 형상의 산을 배경으로 누에타운이 있다. 이곳 유유마을은 뽕나무로 누에를 키워온 전통 깊은 마을이다. 여기서 누에를 둘러싼 모든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이를테면 누에에게 뽕잎을 먹이고 뽕잎과 오디, 누에고치를 이용한 살균비누를 만들고, 비단실을 뽑아 물레를 돌리고, 전자현미경으로 유전자를 관찰하고, 오디주스·뽕잎차·뽕아이스크림·오디쉐이크를 맛볼 수 있다.
누에나방의 에벌레인 누에는 하늘벌레로 불리며 귀하게 여겨왔다. 오직 신선한 뽕잎만을 갉아먹으며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비단을 만들어내는, 이 청결하고 수수하게 생긴 벌레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적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큰담비나방, 공작거울나방, 수녀나방, 행렬나방, 숲너도나무나방 등 누에나방은 나비에 견줄 만큼 아름다우며, 누에나방의 한 살이는 신비 자체다.
누에나방의 유일한 임무는 번식. 수컷은 짝짓기 즉시 죽는다. 암컷도 며칠에 걸쳐 2~300개 알을 낳고 죽는다. 알에서 빠져나온 누에는 벨벳 같은 검은 털가죽으로 덮여 있다. 6~7주 짧은 생애 동안 누에는 4번 잠들고 깨어날 때마다 허물을 벗는다. 매번 더 하얗고 반들반들해지며 크고 아름답게 변하다가 투명해진다. 마지막 허물을 벗고 며칠이 지나면 목이 불그스름해지는데, 변태의 때가 온 것이다. 이제 누에는 먹기를 멈추고 소리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실을 잣는다. 이 실은 몸 속에서 생산된 수지질 액체로 만들어낸다. 머리를 계속 이리저리 움직여 300m에 달하는 실을 뽑아내서 달걀 모양의 집을 짓는다. 공기도 습도도 통하지 않는 고치 안에서 누에는 마지막 허물을 벗어 번데기로 변하고 2~3주 후에 나방이 되어 빠져나온다.
기원 전 2640년경 중국 황제의 비 서능이 누에고치로 양잠을 처음 시작한 이래 비단은 실크로드를 통해서만 나갈 수 있었다. 양잠기술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으나 우리나라는 기원전 1170년경 기자가 잠종을 가져와 양잠과 방직술을 가르쳤다고 전한다. 산업혁명과 각종 직물이 생산되면서 잠업은 차츰 몰락하고 누에는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누에와 뽕잎에 당뇨병 예방과 항암 효과를 비롯한 여러 약리작용이 알려지면서 부안의 누에타운은 누에와 뽕잎을 이용한 각종 산업의 메카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무주와 부안 여행에서 발견한 사실 하나는, 이들 공용버스터미널이 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 몹시 열악한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대합실은 선풍기 한대 없이 한증막처럼 후끈거리고 실내조명은 우중충하고 어둑했으며 카드는 절대 안 되며 좌석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붙어 있었다.
방학이어서 떼지어 내려온 젊은 친구들은 앉을 곳이 없어 장시간 서 있어야 하고, 물 한모금 마실 정수기가 없어 시골 노인들은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고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두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는 2~3시간 간격으로 다니고 일찍 끊어졌는데, 행여 차를 놓치면 막막했다.
곤충박물관과 누에타운은 크고 번듯한 건물에 온갖 진귀한 것들을 갖추어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이들 매표소보다 못한 공용버스터미널의 허술한 외양은 왠지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환경문제가 심각한 지금, 차 없이도 선뜻 찾아갈 마음을 낼 수 있도록, 편리한 대중교통과 쾌적한 터미널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시급한 대로 먼 곳에서 오는 손님을 처음 맞이하는 터미널 대합실에 정수기를 마련하고 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매표소에서 손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터미널까지 마중 나가듯 가능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객에게도 물 한 바가지 기꺼이 건네고 잠을 청하면 그냥 보내지 않았던 인심 좋은 이야기들이, 전북의 2012가지 숨겨진 이야기에도 담겨 있길 바래본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기자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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