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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 할퀸 삶의 터전 "어디부터 손대나"

인력·장비 등 태부족, 복구에 속수무책 / 전기·수도도 끊기고 몸 눕힐 곳도 없어 / 수재민들 심신 지쳤지만 의료지원 안 돼

   
▲ 지난 13일 내린 폭우로 수해를 입은 군산시 나운동 한 대형마트 매장. 15일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나섰지만 일손이 부족해 흠뻑 젖은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 추성수기자 chss78@
 

지난 13일 하룻새 441mm의 물폭탄이 떨어진 군산시에서 수해가 발생한 지 벌써 사흘째. 예기치 않은 물난리를 겪게 된 시민들은 망연자실하면서도 다시 일상을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수해 현장은 좀 더 많은 지원과 복구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본보는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군산시 수송동과 나운동의 현장를 찾아 수재민들의 고통과 필요한 지원 대책 등을 점검했다.

 

"겨우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전기, 수도도 끊기고 당장 잠잘 곳도 없어요."

 

수마가 할퀴고 간지 사흘이 지난 15일 군산시 수송동 신덕마을과 새마을.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이 마을에서는 주민,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수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젖은 이불과 가전제품 등을 말리고 집안에 남아 있는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860세대 100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이 마을의 수해복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마을인근 초·중학교까지 침수되면서 임시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탓에 전기와 수도를 사용할 수 없는 수재민들은 젖은 바닥에서 그대로 잠을 자거나 친척집, 모텔 등을 전전해야 했다.

 

군산시는 마을 노인정을 임시거처로 마련했지만 수용인원은 20여명에 불과해 인근 교회 등에 임시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수해복구로 다친 수재민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긴급의료지원시설도 마련되지 않았다.

 

마을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영애씨(90)는 "새벽 3시에 통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대피하라고 해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며 "자식들도 다 멀리 살아서 어디 갈 곳이 없어 혼자서 집안에 물을 다 퍼내고 축축한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비가 또 오려나? 물을 퍼내느라 아픈 몸이 더 쑤신다"고 말하자 비가오기 시작했고 원망스럽게 하늘을 쳐다봤다.

 

군산시내 곳곳에서도 수마의 흔적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나운동 삼성아파트 일대 상가들은 물품을 세척하고 말리기에 정신이 없었고 군산에서 가장 큰 서점인 한길문고에서도 고인 물을 퍼내기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이 국자, 후라이펜, 밥그릇 등 물을 퍼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동원했다. 또 나운동 일대 은행 현금지급기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수해는 도심 한가운데 집중된 탓에 자동차 침수피해도 컸다. 이날 군산 공설운동장에는 2000여대의 침수된 차량이 모였다. 시내 자동차 공업사에 침수된 차량이 만원을 이루자 군산시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

 

한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피해 접수된 것만 2000여대 이르고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2000여대의 차량이 더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해접수도 자차에 가입한 사람들만 받고 있기 때문에 자차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까지 합하면 침수피해차량은 1만대에 육박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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