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규 진안 오천초 교장
우리에게 익숙한 학습 방식은 개별화 학습과 일제식 학습이다. 근대 교육제도가 확립되기 이전에는 교육 수요자가 적어서 개별화 학습이 가능하였지만, 교육이 대중화 되면서 일제식 학습이 학교 교육의 기본으로 정착되었다고 본다.
개별화 학습을 일반화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반면에 일제식 학습은 적은 예산으로 다인수를 교육하기에는 용이하지만, 학력부진아와 학력우수아에게 불리하고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에는 적합하지 않는 학습이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 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는데, 일제식 학습은 학생의 능력에 따른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이에 1997년(제7차 교육과정) 수준별 학습을 도입하면서, 이 학습을 개별화 학습과 일제식 학습의 중간에 위치한 학습, 개인의 능력을 고려한 학습, 학력부진아 문제가 해결되는 학습으로 소개하였다.
그런 수준별 학습을 적용한지 15년이 지났다. 학력이 낮은 아이들을 모아 그룹을 짓거나 반 편성을 했더니, 우수한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을 때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고,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가 벌어졌으며, 낮은 자신감과 보다 많은 탈선 행동을 보인 것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수준별 학습이 학력부진아 문제를 해결했는가, 전반적으로 학력이 신장되었는가, 인성이 좋아졌는가, 사교육비를 절감했는가.
이런 연유로 일선 학교 현장은 수준별 학습도 아니고 일제식 학습도 아닌 어정쩡한 학습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필자는 수준별 학습을 대신할 것으로 사다리 학습을 제안한다. 사다리 학습은 개별화 학습에 더 가까운 학습형태이며, 수준별·단계별·능력별·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초등학교 수학과 도형 영역을 사다리 학습으로 공부하는 것을 소개해보겠다. 사다리 학습은 학습자의 수, 학습자의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먼저 교사가 사다리 학습 자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즉 도형 영역을 1학년 수준에서 6학년 수준까지 한 줄로 세운다. 그러면 대개 80여개의 급간이 나온다. 한 급간 한 급간 무리 없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올라 갈 수 있도록 학습 난이도의 급간을 고르게 편성한다. 학생들은 이 사다리 자료를 활용하여 자기 수준에 맞는 단계를 찾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채점하고 피드백 한다.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6학년 부진아가 3단계를 공부할 수도 있고, 3학년 아이가 80단계를 공부할 수도 있다. 학력부진아나 학력우수아 모두 하나의 학습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전혀 없다. 학력이 극히 부진한 아이에게 단계를 세분화하여 제공해주면 대부분 즐겁게 학습에 임한다. 다른 모든 학습도 이 방식으로 가능하다.
현행 일제식 학습이나 수준별 학습은 학력부진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능력이 출중한 아이도 자기 학년 수준의 학습 이상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다리 학습은 학력부진아 문제가 해결된다. 능력이 있는 아이는 스스로 얼마든지 상위 단계의 학습을 할 수 있다. 사다리 학습이 개별화 학습과 일제식 학습의 장점을 살린 학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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