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의한 억울함 없도록 자신의 잘못 책임지는 자세 반성하는 사회풍토 조성을
날씨가 상당히 추웠으며, 어머니께서 고구마를 캐지도 않았는데 서리가 내려 큰일이라며 걱정을 하고 계셨다. 이때 어떤 한 남자분이 찾아와 아버지를 집 모퉁이로 불러내어서는 몇 마디 말을 건네시더니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거짓말을 한다고 소리치며 얼굴을 수차례 때리셨다. 한번만 더 그러면 잡아 가두겠다는 엄포를 놓는 장면을 목격한 필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무척 화가나고 미웠다.
함께 놀란 어머니가 그 사람은 경찰서 지서장님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옛날 시골에서 순경(경찰관)이라 하면 잘못한 일도 없으면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울다가도 순경아저씨가 잡으러 온다면 울던 울음도 뚝 그치던 시절에 지서장님이 아버지를 때렸으니, 아버지는 큰 잘못을 했고 잡아가지 않은 것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면서 아버지를 오히려 나무라셨다. 그리고 얼마 후 지서장님은 아버지가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일이 사실로 확인되어 다른 곳으로 좌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하셨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졌던 일인데 요즘 신문지상에서 오르내리는 인혁당사건을 보면서 억울한 누명과 옥살이, 사형까지 당한 분들과 그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해보니 불현 듯 어린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이 나서 필자의 의견을 적어본다.
앞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자체 조사결과, 인혁당 사건이 박정희 대통령의 자의적 요구에 의해 미리 수사방향이 결정돼 집행된 것이라고 2005년 12월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권력 앞에 정의를 버리고 행동하는 사람들,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루빨리 본연의 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있는 죄도 없는 것으로, 그 돈과 권력이 없으면 없는 죄도 있게 만드는, 원칙을 무시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일들을 두고하는 말이다.
인혁당사건을 뒤돌아 보면서 이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와 구속, 사형을 당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국가에서 돈으로 보상만 하면 다 끝나는 일이겠는가? 그 당시에는 정당한 판단과 판결을 내렸다 해도, 그 것이 다시 잘못된 판결이라 한다면 그 분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그 당시에는 양심에 위배됨 없이 판단했다 할지라도 지금 와서 그 결정에 잘못이 있어 결정이 뒤집혔다면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했거나, 중대한 판단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권력과 강압에 의해 내려진 결과라 한다면 양심선언을 해야 할 것이고, 그릇된 판단이었다면 그 사건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은 앞에 나와 그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옳지 못한 판결을 집행한 집행부에게도 좀 더 책임 있는 판결을 요하는 법률 마련이 필요하며, 자신의 잘못을 책임질 줄 아는 자세와 그런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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