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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습 패러다임을 전환하자

▲ 권 병 규

 

진안 오천초 교장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유독 교육만큼은 뒷북만 치면서 따라가지 못한다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교육계의 혁신이 가장 더디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국가에서 만들어 준 교과서에 의해 교사 위주의 수업을 하여, 판박이를 만들어 내는 교육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교사들이 교사중심의 수업을 받고 성장했을 뿐 아니라 교사 양성기관도 이 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주도수업에 적합하고, 교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사이버 교수 매체도 매우 발달한 교사주도수업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 교육환경이 여기에 온통 물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중 6만 3501명이 학업을 중단했고(국민일보,12.10.3), 경기도내 다문화가정 자녀는 10명 중 4명꼴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다(한겨례신문,12.8.15)고 한다. 이는 교사 주도 수업의 한계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교실 안을 들여다보자.

 

분수의 곱셈을 하는 수업시간이라고 가정하자. 한 반 30명 중에 한 아이는 덧셈을 할 줄 모르고, 몇 아이는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며, 어떤 아이는 이미 분수의 나눗셈까지 선행학습을 했다. 이 경우 학력 부진아나 우수아는 본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교사는 교사용 지도서에서 안내한대로 도입, 전개, 정리 과정을 거쳐 수업을 마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매 수업시간이 이럴 경우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가 나오지 않겠는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권장할 때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지식을 넣어 넣어주는데 급급하지 말고 공부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라는 것으로, 학습의 계획에서부터 과정 및 결과처리 까지를 아이 스스로 해결할 것을 요즘 교육현장에서 크게 강조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자율학습, 야자, 자습 등과는 다른 것으로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문자를 해득하지 못한 아이, 수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 특수교육 대상자와의 경계선상에 있는 아이, 이들이 학습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스스로 결과처리를 할 수 있을까. 고기의 종류, 생태, 어장에 대한 정보, 어선이나 어구 다루는 법, 고기 잡는 테크닉 등에 정통하도록 안내해 주고 고기를 잡게 해야 고기를 잡을 건데.

 

필자는 40여권의 자기 주도적 학습 자료를 만들었고, 이 자료를 활용하여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사다리 학습법이라 명명하였다. 본 학습법을 학력부진아 뿐 만 아니라 우수아에게 적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본교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학력부진아가 없고 공부에 두각을 보이는 아이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 특색이다. 전교생은 작년 3월 18명이었는데 지금은 40명이다. 사다리 학습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OO(1학년)양은 단어 1000개와 문장 300개를 외웠고, 수학은 4학년 1학기 과정을 학습하고 있다. 사다리 학습은 학력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제 교수·학습의 패러다임을 전환을 심중히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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