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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바리' 쓰고 싶던 열망 빛 보게 됐어요"

제2회 혼불문학상 박정윤씨, 9일 시상식서 수상 소감

▲ 소설가 박정윤씨
 

9일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린 제2회 혼불문학상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혼불음악제였다. 멀리까지 나들이 온 관람객들에게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단원들은 최명희 선생의 '혼불'을 소재로 한 국악 공연을 선물했다.딸 부잣집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난 운명. 소녀는 사람들이 왜 혀를 끌끌 차는지 몰랐다. 그토록 아들을 기다리던 할머니는 유독 참을성 많은 손녀를 데리고 종종 굿판을 나갔다. 이제는 작가가 된 손녀는 "이런 나를 보고 아이들이'바리'라고 놀렸던 게 정말 싫었다"면서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굿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이 도리어 고마울 때가 있다. 전주 MBC(대표 전성진)의 장편소설 공모전'제2회 혼불문학상'(상금 5000만원)을 받은 '프린세스 바리'(다산책방)를 쓴 소설가 박정윤(41)씨가 바로 그런 경우.

 

9일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막 출간된 책을 받았을 때 정말 겁이 많이 났다"면서 "특히나 이번 글은 단숨에 쓰는 바람에 퇴고 시간이 짧아 걱정이 됐다"고 했다. 당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로 제목을 내놨다가 작가의 제안으로 '프린세스 바리'로 제목이 바뀌어졌다.

 

'프린세스 바리'는 버려진 딸이 결국 아버지(왕)을 구한다는 제주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인천 변두리 지역에 사는 소외된 자들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 작품. 그는 "'바리데기 설화'에서는 바리가 죽은 영혼을 잘 달래서 하늘로 올려보냈다면, 내 바리는 세상에 무참히 짓밟혀 죽고 싶은 이들을 죽음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생명권이 먼저냐 품위있게 죽을 권리가 먼저냐는 주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안팎의 화젯거리.

 

지난해 혼불문학상에도 무속 할머니를 소재로 한 '꿈해몽 사전'으로 도전했다고 고배를 마신 경험 때문에 작가에겐 올해 수상 소식이 더욱 반가울 터. 그는 "나만의 바리를 쓰고 싶었던 열망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 같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작고한 최명희 선생의 '혼불'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혼불음악제와 혼불문학기행이 함께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김완주 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전성진 전주MBC 대표, 조지훈 전주시의장, 최명희 선생의 유족 등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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