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휩쓸고 갔던 구제역 파동이 결국 2년 여 만에 돌아와 돼지 사육 농가들의 뒷통수를 쳤다. 부메랑을 맞은 축산농은 대폭 떨어진 돼지 가격, 그로 인한 막대한 손해 앞에서 난감하다. 정부가 선머슴처럼 일하는 바람에 돼지 농가만 죽을 지경이 됐다.
정읍의 한 양돈 농가는 최근 1마리 출하할 때마다 9∼10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푸념이다. 지난 8월과 9월 이 농가가 입은 손실은 8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양돈 농가도 요즘 월 2000∼30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양돈 농가들이 돈을 벌기는 커녕 이처럼 큰 손해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는 2010년 구제역 이후 330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당연히 돼지고기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이 예상됐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수입 돼지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수입 돼지고기에 적용되던 22.5∼25%의 관세를 없앤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구제역 전후 국내 돼지고기 공급량을 94만톤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구제역 여파 때문에 국내산 공급량이 줄어든 대신 수입산은 2010년 18만톤에서 2011년 37만톤(할당관세 22만 4000톤)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과정에서 2010년 당시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기피 심리, 그리고 구제역 파동 후 양돈농가들이 재기를 위해 사육두수를 꾸준히 늘려 온 상황을 계산에서 소홀히 했다.
통계청이 지난 8일 발표한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1일 기준으로 돼지 사육 두수는 993만7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만4000마리(27.7%) 증가했다. 반면 110㎏짜리 돼지 출하가격은 지난해 6월 58만1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9월에는 26만9000원까지 무려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정부가 공급량과 물가를 잡기 위해 할당관세를 도입했지만 2년 후 물가 안정 효과는 모호한 채 양돈농가의 손해로 나타났다. 국회 이용섭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7일 국감에서 "지난 9월 기준으로 돼지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1월보다 36.9%나 올랐다"며 할당관세가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구제역 파동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우리 식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애쓴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양돈농가를 제대로 도우려 한다면 좀 더 멀리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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