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금은 '눈 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거나 사후 관리 업무가 허술하기 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먼저 타 먹는 게 임자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전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농업보조금 사업에 대한 전북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김우남 의원(민주통합당=제주시 을)이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9~11년) 도내 자치단체를 거쳐 지원된 36억1,900만 원의 농업보조금이 부당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70%는 자기자본금을 확인하지도 않거나, 근저당이 설정돼 사업수행 능력이 의심되는 개인 미곡처리장까지 지원하는 등 대상자 선정이 허술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읍시 현대영농조합법인은 근저당 및 지상권이 설정된 개인사업자한테도 RPC 보조금으로 35억 원을 부당 지급했고, 정읍시 태원영농조합도 지난 2009년 자기자본금을 확인할 수 없는 데도 1억700만 원을 부당 지원했다.
또 사업목적과 달리 지원하거나, 허위로 꾸민 사업완료 보고서에 속아 보조금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쓰고 남은 국고 보조금을 반납하지 않다 적발된 것도 약 2억6,300여만 원에 달했다. 가축 방역사업비와 연근해 어선 감척사업비, 재해 대책비, 특정 이공계 대학 지원사업비 등이 그런 것들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때 이런 사례들이 적발돼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개선시키지 않고 있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후 관리 소홀과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지원하는 등 탁상행정 탓이 크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 실감난다. 박 지사는 "농업보조금을 경쟁력 있는 농민들이 아니라 군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로비하는 농민들이 다 가져간다.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은 시청이나 군청에 갈 시간이 없어 보조금을 못 받는다."고 비판했다.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젠 농업보조금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상자 선정을 엄격히 하고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보조금이 더 이상 눈 먼 돈이 돼선 안된다. 특히 행정기관 로비 잘하는 '정치 농민'들이 보조금을 독차지하는 기 현상도 없애야 한다. 이런 지적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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