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최화경 두번째 작품집 '달을 마시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 다 꿈이로다…."
작고한 박경리 선생 묘소 앞에서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수필가 최화경(55)씨는 남도의 '흥타령'을 불렀다. '토지' 초판이 나왔을 때 문학에 대한 열망과 절망이 가장 컸던 그였기에 선생이 눈물 나게 그리웠다. 폐암과 투병하면서도 끝내 담배를 끊지 못한 선생을 위해 담배 한 대를 바치고 휘적휘적 산을 내려왔다.
작가에겐 저마다의 힘겨운 매듭을 풀기 위한 처연한 매혹이 있다. 4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달을 마시다'(수필과 비평사)를 내놓은 그는 팔순을 맞은 친정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지난달 지인들과 찾은 변산 바람꽃 펜션.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불콰해지던 그가 창가에 놓인 하얀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품에 떨어져 안기는듯한 달을 봤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마신 듯한 취기가 올라왔다. 표제작'달을 마시다'는 그렇게 나왔다.
문학평론가 유안근씨는 달빛을 구원으로 여기는 작가의 성향을 볼 때 다분히 불교적이라고 적었다. '마곡사의 판타지'와 '마곡사 엘레지' 역시 삼라만상을 탐색해 문학적 방황을 끝낸 마음자리를 찾고자 하는 글쓰기의 연장선. 그의 작품은 도망가는 고요를 불러 세우고, 저 멀리 있던 서정을 품는다.
지나치게 종교나 사회로 빠지는 대신 예술장르로서 수필의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한 면모에 대해 유씨는 수필계의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같다고도 했다.
출판 기념회 및 어머니 박순자 여사 팔순 기념식은 27일 오후 5시 전주 관광호텔 1층 백합실. 전주 출생인 최씨는 2003년 '좋은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수필집 '음악없이 춤추기'를 펴냈으며, '한국의 수필가상'(2005),'수필 문학상'(2010)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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