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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기름 어떻게 훔쳤나 - 2m 지하 17m 땅굴 따라 호스 연결…감지 시스템 피하려 야금야금 빼내

적발 대비 조직원간 얼굴 봇모게…대포폰 60여대로 철통보안 연락 수법도 기상천외 첩보영화 방불

▲ 송유관으로 연결되는 땅굴 입구. 우수관 밑으로 깊이 2m, 길이 17m의 땅굴이 있다. 추성수기자

송유관 기름 절도범들은 대담하고도 치밀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낌새를 채고 증거품을 모두 없앤 뒤 종적을 감췄다. 그렇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범행사실을 끝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영화 같은 범행 수법 =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들은 서빙고에 저장된 얼음을 털기 위해 도굴 전문가까지 동원해 땅굴을 판다. 경찰에 붙잡힌 송유관 절도범 일당도 송유관까지 접근하기 위해 같은 수법을 썼다.

 

여수에서 성남까지 연결된 송유관이 대상이었다. 일당은 지난 2006년 8월 완주군 구이면의 한 공장과 주택을 3억여 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10여m 떨어진 곳에 매설된 송유관까지 접근하기 위해 땅굴을 팠다.

 

지상에서 깊이 2m 아래 파진 땅굴은 길이만 17m에 달했고, 가로·세로 80cm로 성인 남성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다. 땅굴 내부에는 붕괴를 대비해 침목을 설치했다. 땅굴을 파면서 나온 흙은 마대에 담아 창고에 별도로 보관하는 등 치밀했다.

 

땅굴이 완성되자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치기 시작한 이들은 공장까지 고압호스를 연결한 뒤 송유관에 기름이 운송될 때 나는 고유의 소리를 듣고 밸브를 열어 기름을 빼냈다.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6년 동안 훔친 기름의 양은 340만 리터 시가로 60억 원어치에 달한다.

 

 

 

△주도면밀한 절도범들 = 일당은 경찰에 발각될 것을 우려해 점조직으로 움직였다.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고, 휘발유와 경유를 나누는 식별전문가와 훔친 기름을 운반하고, 판매하는 운반책과 판매책으로 조직을 나눴다.

 

경찰에 적발됐을 때 줄줄이 엮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점조직별 조직원들은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이들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60여대에 달하는 대포폰이었다.

 

공장과 주택의 명의도 5차례나 바꿨다. 야간에 기름을 훔치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공장과 주택의 유리창은 커튼과 테이프로 모두 가렸다.

 

훔친 기름을 옮기는 데는 탱크로리처럼 보이지 않도록 개조한 트럭이 사용됐다. 약속된 장소에 트럭을 가져다 놓으면 예비키를 갖고 있는 운반책이 가져가는 일명 '차치기'수법도 도입됐다.

 

특히 대한송유관공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석유누수감지시스템(LDS)에 감지되지 않을 정도의 기름만을 빼냈다. 경찰이 첩보를 입수하고, 대한석유공사와 함께 단속을 위한 잠복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도 이들의 범행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박종삼 광역수사대장은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에 들어가자마자 이들이 도주해 검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송유관이 있는 또 다른 지점에서 범인들 간 통화 내역이 빈번하게 나타난 정확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땅굴 내부 경찰청 증거자료 캡쳐사진.
 

 

 

 

 

 

 

 

 

 

 

 

 

△집안 모서리마다 칼 왜? = 일당이 송유관 절도를 위해 구입한 주택 내부에서는 다량의 칼이 발견됐다. 길이 30cm 정도의 이 칼은 주택 내부 거실과 방안, 주방, 세면장 등의 모든 모서리에 세워져 있었다. 칼끝이 바닥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칼을 집안에 아무렇게나 놓으면 가족들이 자주 다치고,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집안 곳곳에 있던 칼은 절도범들이 경찰의 단속은 피하고 돈을 많이 벌도록 해달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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