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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이 뜬금없다고?

▲ 김 성 중

편집부국장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을 오후 8~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여야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발을 뺐다. 새누리당은 현행 투표시간이 40년동안 계속되어 왔고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투표시간 연장 주장이 정말 국어사전의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는 풀이대로 뜬금없는 주장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투표시간 연장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2000년과 2008년 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투표시간 연장법안은 현 새누리당의 반대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2004년 10.26 재·보궐 선거 때부터 재보선의 투표시간은 오후 8시까지로 연장됐다. 선거일이 평일이고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 제고와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다. 참고로 지난 해 10.26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투표율이 8.7%나 올랐다.

 

따라서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주장한 '뜬금없다'는 표현은 그야말로 뜬금없다. 이정현이 정치를 안했으면 모를까 여야 논의가 있었고 2004년 재·보선에 도입된 투표시간 연장을 '뜬금없다'고 비판한 속내가 따로 있어 보인다. 바로 이번 대선을 새누리당의 승리로 이끌려는 정치공학적 셈법이다. 여당은 투표시간이 연장되면 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박근혜의 '여야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도 큰 문제다. 투표시간 연장을 원하는 국민이 많으면 여야 합의로 투표시간을 연장해 자신에게 쏟아질 비판을 피해가고, 투표시간 연장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면 대충 넘어가자는 의도가 엿보여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 찬반을 확실히 해야 의원들이 움직이고 국민들이 이해한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결정을 당에게 넘기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의 걱정이 커진다.

 

40년간 문제가 없었던 투표시간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의 국민 라이프 사이클은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40년 전과 전혀 다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말도 있다. 그동안 '변화에 너무 둔감하고 시대에 뒤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온 새누리당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론을 '선한 목적을 가장한 정치적 의도'로 폄훼하면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여당에게 돌아간다. 정당과 정치인은 선의가 확인되면 그 것을 실천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정치적 의도' 운운하면 그 자체가 자신들이 지적한 '정치적 의도'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의 투표시간 연장 반대는 자신들의 대통령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 박근혜는 "어떤 국민도 홀로 뒤처져 있지 않게 할 것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갈 것입니다"며 '100% 대한민국'을 구호로 내걸었다.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면 '100% 대한민국'이 아니지 않은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진짜 바라는 게 선의의 실천이자 주권의 신장임을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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