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체육회 53개 경기단체 회장단 선거, 출마 자격·나이 제한·담합 등 구태 되풀이
전북체육회 산하 각 경기단체 회장단 선거가 본격 시작됐다. 축구협회가 지난 7일 맨 처음 회장을 뽑았고, 15일엔 컬링, 18일 아이스하키협회, 24일 보디빌딩, 27일 당구연맹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12월말까지 대부분 끝낼 계획이며, 일부 종목은 1월에 선거를 치른다. 이번에 뽑는 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내년 1월부터 회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전북체육회 산하 48개 정가맹단체, 4개 준가맹단체, 1개 인정단체 등 총 53개 종목에 걸쳐 치러지는 이번 회장단 선거는 향후 전북 체육의 큰 방향을 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누구를 회장으로 추대 또는 선출하는가에 따라 부회장, 전무, 이사 등 집행부의 얼굴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겉으론 평온한 것 같아도 체육계 내부에서는 수면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경기단체에서는 회장 출마자격을 제한하거나, 협회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기여 의사도 없이 그저 명함하나 얻기위해 회장직을 향해 뛰는 이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바야흐로 막이 오른 도내 경기단체 회장 선거의 의미와 문제점, 과제 등을 짚어본다.
△회장 선거전 시끌시끌
전북컬링경기연맹은 회장 모집 공고를 통해 '1947년 이후 출생한 자'로 출마 자격을 제한했다.
외형상 건강이 좋은 65세 이하인 사람만 회장을 맡는게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부 경기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50여개 경기단체 회장중 60대 후반 또는 70대가 수두룩한 마당에 유독 컬링 종목만 나이로 출마 자격을 제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경기인은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A씨가 65세 이상이라는 점에 착안, 그의 출마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편법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북체육회 주요 임원중 65세 이상인 사람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왜 유독 컬링에서만 '나이제한'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상당수 경기단체는 회장 입후보때 경기인만으로 자격을 제한, 지나친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실제 그 종목에 별다른 관심도 없으면서 단지 회장자리만 탐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자격제한을 둬야하고, 관련 경기인은 기탁금을 감액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를 외부인사의 진입을 차단하는 편법으로 활용하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기인 출신 회장도 있을 수 있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 출신 회장이 있을 수 있는데 일부 경기단체의 경우 외부인 진입 장벽을 높여 경기인만 회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라는게 중론이다. 이는 두말할 나위없이 기존 집행부의 '기득권 지키기'다.
전북아이스하키협회의 경우 "회장 후보자는 학식과 덕망,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로 규정했다. 누구나 회장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폭넓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다른 종목에 귀감이 될만하다.
△교장까지 선거전에 뛰어들어
최근 마무리된 축구협회장 선거나 컬링회장 선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부 교장들이 앞다퉈서 회장 선거때 자신이 대의원으로 나선 일이 있었다.
엘리트 팀을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교장이 대의원으로서 한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관례상 감독이나 부장교사에게 위임하는게 보통이다.
전북체고는 운영하는 종목이 10개가 넘지만 대의원 선거때 교장이 직접 나가서 특정 종목 회장을 선거하는 일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일부 학교장들이 느닷없이 특정 종목 회장단 선거에 자신이 나가겠다고 주장, 감독이나 부장교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일부 학교장들의 특정 종목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체육계 안팎에서는 "회장 선거가 이미 경기인들만의 경선이 아닌 외부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장 선거 왜 치열할까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면 각 경기단체 회장 선거는 평온해 보인다. 추대 형식을 취하거나 경합이 되더라도 2인만 출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치열한 내부 투쟁이나 조율을 거친 결과다. 누가 회장이 되는가에 따라 부회장, 전무이사 등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집행부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회장을 당선시기키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회장 선거때 한번 발을 잘못들여놓으면 협회 운영 과정에 거의 영구제명되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많은 협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하지만 제대로 회장만 잘 옹립하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돌려가면서 협회 임원을 맡을뿐 아니라, 모든 재원 배분은 물론, 상훈, 징계 등을 좌우하게 된다. 회장 선거가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북회장은 또하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종전에 중앙회장 선거때 지방 협회장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엔 20~30명에 달하는 중앙대의원을 없앴기 때문에 각 시·도 회장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중앙경기단체 회장을 향해 뛰는 사람들이 각 시·도 협회장 선거에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북협회장이 되는 순간, 중앙무대에서도 일정 부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엔 몇이나 바뀔까
4년만에 치러지는 선거때마다 경기단체장들의 교체폭은 1/3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도내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회장단 선거때 많아야 10명 안팎의 회장이 교체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집행부가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기득권 사수에 나선 때문이다.
총 53명의 회장중 10명의 얼굴이 바뀐다면 적은것은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잘들여다보면 얼굴이 바뀌는 곳은 그동안 회장 역할이 유명무실했거나, 사업체 부실 등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곳이 많다.
일부 체육인들은 "종전처럼 체육회에서 강력한 막후 영향력을 통해 회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은 현 집행부의 기득권이 가장 잘 지켜지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과제는
큰틀에서 보면 사실 종목별 협회장은 별개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회장을 지냈던 사람들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계속 재임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협회에 대한 공헌도, 종목 발전에 대한 의지와 실천력 등을 토대로 회장직에 도전해야 하나, 일부 종목의 경우 회장직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심지어 협회가 열악한 상황에 처한 선수와 지도자 위에 군림하는 시스템으로 고착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도내 체육인들은 "결국 어떤 회장을 갖느냐는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경기단체 임원들의 깨어있는 의식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관리감독을 맡은 체육회는 물론, 경기인들이 공정한 회장 선거를 위해 관심을 갖고 적극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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