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23:4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단일화 투신'과 안철수의 '생각'

▲ 김 성 중

 

편집부국장

지난 22일 완주군에 사는 유 모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유씨는 유서에서 민주당 문재인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23일 안철수 후보 사퇴회견 하루 전에 발생한 일이다.

 

먼저 유씨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그러나 단일화를 촉구한 유씨의 죽음이 나름의 정치적 의미를 지졌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정치세력들의 구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씨의 자살 사건이 알려지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핵심 참모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그 참모는 완주가 지역구인 최규성 국회의원에게 후보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문 후보가 주문한 관심의 정도는 파악되지 않지만 그 뒤 민주당 전북도당이 주도한 유씨의 장례절차는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면 한 가장의 자살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전북안심포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종합해보면 민주당 전북도당은 문재인 후보의 '생각'을 전달 받고 유씨 장례식을 먼저 준비한다. 뒤질세라 전북안심포럼도 장례절차 논의에 합류해 민주시민사회장과 5일장을 제안한다. '굳이 민주시민사회장과 5일장으로 해야되느냐'는 반론이 있었지만 양측은 유족과 협의를 거쳐 장례를 3일장과 민주시민사회장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민주시민사회장은 민주화 공로가 인정된 자, 또는 불의에 항거하다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거나 노동·인권운동에 헌신하다 생을 마친 이들을 추모하는 장례다. 또 민주시민사회장은 적어도 사회적 동의를 얻거나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해서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일화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과 안심포럼은 유씨의 유서에만 집착해 민주시민사회장을 결정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망자의 삶에서 민주시민사회장으로 치러야 할 설득력 있는 활동과 행적이 없다는 점이 그렇고 도내 주요 시민단체가 민주당과 안심포럼이 요청한 장례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사실이 그렇다.

 

또 이번 장례절차 결정 과정에서 자칫 제2, 제3의 유씨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지난 26일 서울에서 안 후보의 사퇴에 항의하는 시민의 옥상 투신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이 제지했기 망정이지 자살 사건이 몰고 올 후유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 이유로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안심포럼이 주도한 유씨의 장례방식까지 동의할지 의문이 든다. 단일화 경쟁을 벌이는 세력들이 민주시민사회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정치쇄신을 기치로 내건 안철수 후보가 결국 구태정치의 벽을 넘지 못해 중도에 후보직을 내려놓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를 주저앉힌 민주당은 물론 안철수를 비판했던 새누리당까지 안철수가 못다한 정치쇄신을 자신들이 해내겠다고 외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큰 한 가장의 자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뒤로한 채 정치적으로 접근한 민주당과 안심포럼에 대한 안철수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각각 OECD국가 중 1위의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로 갈파했던 책 '안철수의 생각'을 슬픈 마음으로 다시 펼쳐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중 yaks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