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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국내산 우유로 만든 임실 치즈 - 다양한 조리법 개발·소비자 식탁 공략 과제

지정환 신부 제조 노하우 터득 공장형·수제형 생산으로 연결  구제역 여파 치즈 소비량 줄어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활성화

▲ 임실치즈마을 농가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든 수제치즈.

치즈는 이제 어엿한 향토 음식이다. 우리로 치면 김치나 된장·고추장과 같이 발효시켜 저장하는 음식에 가까운 치즈는 외국인들의 식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치즈는 국내에선 아직도 맛보다는 건강에 좋기 때문에 선호되는 기호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명품 음식,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에서는 임실의 브랜드가 된 임실 치즈를 살펴본다.

 

△ 한국 치즈의 역사는 지정환 신부가 첫 삽

 

우리나라 치즈 산업의 첫 삽은 벨기에 출신인 지정환 신부가 떴다. 농가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산양의 젖을 짜서 판매하다 남은 산양유를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선진국 치즈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벨기에 천주교 구제회 통한 치즈 가공기계를 무상으호 제공 받으면서 임실치즈 산업은 비로소 안착됐다. 미군 부대를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치즈가 아닌 산양유로 만든 합법적인 치즈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로 탄생된 것. 치즈의 특이한 발효 향으로 대중화가 늦어지기도 했으나 산양유 대신 우유로 바꿔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임실치즈가 나오면서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 IQ 높이고 지방도 분해시키는 기특한 '영양 덩어리'

 

치즈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리는 콩 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훨씬 높은 영양 덩어리다. 일단, 치즈의 단백질 함유량은 23~25%나 된다. 숙성 과정에서 생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몸에 흡수가 잘 되는 것. 여기에 칼슘과 인, 미네랄 염, 비타민 A와 B 등 영양소도 많다.

 

게다가, 치즈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이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치즈엔 수면을 돕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 또, 우리 몸에서 지방을 분해해 열량으로 바꿔주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치즈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 A의 경우 면역력을 높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 균질한 공장형 치즈와 쫄깃한 수제 치즈, 입맛대로 골라 드세요

 

치즈의 종류는 대략 1000여 종 이상이다. 임실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임실치즈농협(조합장 설동섭)이 자동화된 대형 설비로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와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치즈마을'에서 만드는 '수제형 치즈'로 나뉜다. 지금의 임실 치즈를 태동시킨 임실치즈농협이 대형 설비를 갖춰 생산하는 공장형 치즈는 종류가 10여 가지가 넘는다. 40여 년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낙농진흥회에서 얻은 원유로 맛과 스트레칭이 균질한 치즈를 생산 중이다. 그렇다면 수제 치즈는 어떨까. 농가들은 직접 키운 소의 젖을 짜서 손으로 빚어 치즈의 결이 살아있고 더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외국에선 수제 치즈를 더 선호한다.

 

문제는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가공치즈가 임실농협치즈나 농가에서 만드는 자연치즈보다 싸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가공치즈는 국내산 우유 대신 외국산 치즈를 일부 섞어 제조해 가격이 싼 데 반해 임실농협치즈나 농가가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드는 자연치즈는 국내산 우유로 생산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임실치즈농협도 대형마트와 최대 30%까지 값을 내린 치즈 를 생산할 계획이다.

 

△ 공동 브랜드 '임실N치즈' 배타적 권리 확보 방안 찾아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600억 규모였던 치즈 시장은 2011년 약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해오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주춤하고 있다. 국내산 치즈 생산량은 2만5000t에 불과한 반면 수입산 치즈 수입량은 3배가 더 많은 7만5000t에 이른다.

 

하지만 치즈 생산 경쟁력을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치즈 생산 판매에 성공한 임실군 금성리 일대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농어촌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5~10명 안팎의 사람들이 가내 수공업 형태로 생산 설비를 갖춘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대표 송기봉), 무지개 영농조합법인(대표 심요섭)의 두마리목장, 휴먼푸드 영농조합법인(대표 이해규)의 치즈마을 치즈家 등은 판로를 넓히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 치즈마을 운영위원회가 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치즈 만들기, 산양 체험, 피자·먹거리 만들기 등을 채워가면서 관람객들이 급증해 지난해 16억을 챙겼고, 올해는 18억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임실의 자산인 임실 치즈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골치 아픈 일도 생겼다. 임실 치즈를 내건 피자 프랜차이즈만 해도 20여 곳이 넘고, 임실 치즈 개발자인 지정환 신부의 초상권과 성명권을 독점한 업체까지 생겼다. 치즈 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가 어디에 있건 임실 치즈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을 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임실군은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에만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브랜드'임실N치즈'를 내놓았으나, '임실N치즈'를 소량 구입해 넣어도 법적으론 하자가 없기 때문에 단속하긴 힘든 상황이다. 임실치즈가 임실만의 자산이 되도록 하기 위한 지리적 표시제도 등록이 어려운 상황. 임실치즈농협이 낙농진흥회를 통해 다른 지역의 우유를 받고 있어서다.

 

△ 치즈 식탁에 끌어오기 위한 조리법 보급 힘써야

 

임실치즈농협, 임실치즈마을 농가와 내놓은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생치즈), 스트링 치즈(찢어먹는 치즈), 숙성 치즈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치즈를 우리 식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은 아직 요원하다. 임실치즈농협이 치즈를 활용한 간단한 조리법 등을 홍보하긴 해도 영세한 농가의 경우 치즈 생산만으로도 버거워 이를 활용한 현대적 조리법까지 제시하긴 역부족이어서다.

 

송기봉 이플유가공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주부들이 매끼마다 치즈를 식탁에 올려놔주기만 해도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제 치즈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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