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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대리기사 안 와서"…애원·핑계에 도주까지

연말 음주단속 현장 가보니 (상) 실랑이 백태 - 배째라식 욕설 빈번, 동승자 몰려와 항의도…적발 운전자 잘못 뉘우치기보다는 '재수 탓'

▲ 지난 17일 밤 10시 전주 우아동 동부대로 워싱턴 웨딩홀 앞에서 덕진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가 경찰버스에서 음주측정을 받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연말이 되면서 도심 곳곳이 불야성이다. 송년모임을 위해 나온 많은 사람들은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즐긴다.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매년 전북지역에서는 1만 여명이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된다. 지속적인 경찰의 단속에도 음주운전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연말 느슨해진 사회분위기를 틈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음주운전의 실태와 폐해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저기요 선생님, 이러지 마시고 제발 일어나세요.", "경찰관 선생님, 한번만 봐주세요. 이번에 걸리면 절대 안돼요. 제발요…."

 

지난 17일 밤 10시. 전주시 우아동 동부대로 워싱턴 웨딩홀 앞에 세워진 경찰 음주단속 버스 안에서 한 운전자와 경찰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찰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싹싹 빌고 있는 운전자 김모씨(60·전주 송천동·건축자재 운송업)는 "제발 한번만 봐달라"며 애원하고, 경찰은 김씨에게 일어나서 측정기를 불어보라고 설득 중이다. 30여분 동안 계속된 실랑이 끝에 김씨가 음주측정기 앞에 섰다.

 

"호흡 측정은 1차례만 합니다. 잘 부세요." 김씨는 체념한 듯 음주측정기에 입을 데고 바람을 불어넣는다. 측정기 수치가 거침없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잠시 후 '삐' 소리와 함께 멈춘 측정기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112%가 나왔다. 면허취소 수치다.

 

김씨는 이날 단속까지 포함해 음주운전으로 총 3차례 적발됐다. 김씨는 "운전을 해서 먹고 사는데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이놈의 술이 원수"라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버스 안에서 김씨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음주단속을 벌이던 한 경찰관이 급하게 뛰어간다. 단속을 눈치 챈 운전자가 도로가에 차를 주차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현장을 벗어나려 했던 것.

 

하지만 이 운전자는 얼마 못가 경찰관에게 붙들려 버스에 올라와 음주측정기를 불어야 했다. 결과는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6%가 나왔다. 운전자 이모씨(42)는 "친구들과 소주 3잔을 마시고, 집으로 가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기사가 오지 않아 차를 몰았다"고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주 덕진경찰서 교통관리계 나애란 팀장(여·경위)은 "음주단속을 하다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를 도로에 세워두고 도망가는 일은 다반사"라고 했다. 나 팀장은 "그래도 혼자서 운전하다 적발된 경우는 단속에 순순히 응하는데, 동승자가 있으면 운전자에게 미안해서 그런지 동승자들이 경찰에게 몰려와 항의를 하고, 시비를 거는 등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단속을 하다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했다. 음주운전자 뿐 아니라 단속이 벌어지는 현장 인근의 상인들도 대놓고 "재수 없다"며 경찰에게 막말을 한다.

 

이날 단속에는 7명의 경찰관이 투입됐다. 전·의경들이 경비상황에 투입되다 보니 평상시와는 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 나 팀장은 골목길 도주차량을, 5명의 경찰관은 신호봉을 들고 3차선 도로 위에서, 나머지 1명의 경찰관은 도주차량을 쫓기 위해 경찰차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이 숫자로는 모든 차량을 통제하기가 버거워보였다.

 

 

앞서 9시 10분께는 왠지 모르게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50대 남성이 버스에 올랐다. 이 남성은 별다른 항변 없이 경찰의 음주측정에 임했다. 다행히 혈중알코올농도 0.035%가 나왔다. 훈방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경찰의 신원조회결과, 이 남성은 탈세를 한 혐의로 지난해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최경식 교통관리계장(경감)은 "단속 때 가장 힘든 점은 매서운 추위와 시비를 걸어오는 취객들의 행태"라며 "일부 운전자는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재수 없게 걸렸다'며 바닥에 침을 뱉기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영하 1도, 체감기온 영하 5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음주단속에 전주시내에서만 모두 10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이중 절반은 면허취소를 당했다. 전북지역 전체적으로는 28명이 음주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철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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