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평균 음주 사고 1000여건 55명 숨져 / 경찰, 1년 1만건 적발 만취운전 절반 육박
지난 5일 동네 주민들과 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A씨(50). 그는 이날 자신은 물론 지인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모임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어두운 새벽시간인데다 초저녁부터 마신 취기 때문에 졸음 운전을 하다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중상을, 함께 동승했던 마을 주민 B씨(55)는 목숨을 잃었다. B씨는 사고 당시 좌석과 차량 문에 부딪치면서 장기가 손상돼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관의 설명이다. 이날 운전대를 잡은 A씨는 경찰 조사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11%의 만취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C씨(50)가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세상을 등졌다. 왕복 4차선 도로를 주행하다 왕복 2차선 도로로 좌회전을 하면서 도로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
C씨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지만, 한 가닥 희망속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경찰이 C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C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8%의 만취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의 현장 여건상 사고가 날 이유가 없는데 혼자서 가드레일을 충격한 것으로 보면 음주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본인과 가족, 이웃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기는 음주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이 1년 365일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전북지역의 음주사고와 음주운전 행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음주운전자들의 머릿속에 '나는 안 걸리겠지, 나는 괜찮겠지'라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20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전북지역에서는 모두 1092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해 3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또 197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는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1089건을 넘어선 수치다.
그렇다면 매년 1000건 안팎으로 발생하는 음주사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까. 2009년부터 올해 11월말까지 사망자는 모두 222명으로, 1년에 평균 55.5명이 숨졌다.
문제는 경찰의 음주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면허 취소 범위인 혈중알코올농도 0.10% 이상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가 전체 적발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언제든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시한폭탄(?)'들이 밤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의 경우 지난 17일까지 모두 1만 247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이중 혈중알코올 농도가 0.10% 이상인 만취자는 전체의 48.3%(4959명)나 됐다.
전북경찰청 교통안전계 이후신 계장은 "음주운전에 따른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단속을 하고 있지만 단속만으로 음주운전을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도민 스스로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절대 잡지 않는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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