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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선소감 - "무거운 펜 신중히 휘두르는 글쟁이 되고파"

▲ 강 성 훈
그날은 방안에서 이불을 싸매고 누워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매서운 한파라고 뉴스앵커는 아침부터 연방 떠들어댔습니다. 밖으로 나가 나무장작을 한 아름 안고 들어왔습니다. 우리 집에는 작은 주물난로가 있습니다. 난로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작은 문을 열고 진홍빛 불씨를 향해 장작을 집어넣었습니다. 곧 난로는 타닥타닥 소리를 냈다. 불꽃이 악몽처럼 시커먼 주물을 핥았습니다.

 

그때쯤 전화가 왔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아니 전화를 끊고 나서야 휴대폰을 든 손이 마구 떨렸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부끄러움이 치솟았습니다. 급하게 내가 보낸 글을 컴퓨터 화면에 띄웠습니다. 그리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난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 불꽃을 보며 당선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근육질 팔로 무거운 망치를 휘둘러 달구어진 철판을 두드리는 늙은 대장장이가 떠올랐습니다. 불꽃을 보며 환하게 웃는, 내가 그였다면. 그처럼 온몸으로 인생을 밀고 나갔다면.

 

이제 제 손에 펜이 들려지게 되었습니다. 제 팔에는 근육이 없습니다. 수상 소감을 쓰려고 든 작은 펜을 수전증 환자처럼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고정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참으로 무거운 펜입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왜 내가 됐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 팔에 중력을 거스르는 근육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무한히 무거운 펜을 정확하고 신중히 휘두르는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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