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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혁신학교를 말하는가

▲ 박 일 관

 

도교육청 장학사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혁신학교를 하는가? 그런 분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지금 이대로 학교가 괜찮은가? 지금 아이들은 행복한가? 되묻고 싶다.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채 일제 식민지가 되고, 식민지의 질곡에서 해방되자마자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 그런 우리가 불과 삼사십년 만에 서구의 300년 근대화 역사를 따라잡았다. 우리나라 압축 근대화의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산업시대의 교육에서 교사는 권위적이었고,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유용했으며,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유연한 사고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다. 학교는 지식 권력을 독점했고, 그 속에서 교과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입시체제와 줄 세우기식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시대에 유효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사회는 산업시대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빠르게 이행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국가나 사회,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자연스레 달라졌고, 따라서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 유네스코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등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교과서나 달달 외우고 시험 점수 잘 받는 아이들이 성공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이런 사회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지 않겠나?

 

손 안에서 SNS가 가능한 시대가 왔음에도 학교는 여전히 문제풀이 교육에 집착하고 있다. 학교가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학교체제는 불신당하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고, 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공교육 붕괴니 학교 붕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한해 400명의 아이들이 자살하고, 70,000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교육은 여전히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 줄 세우기식 교육에 온 국민이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 결과로만 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은 핀란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막상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나 자기주도학습 능력, 투자시간 대비 효율성 등을 들여다보면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상?하위 집단간 학업 편차도 가장 크다. 한국의 학생들은 '성적은 우수하나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이고, '독창적인 사고 방법이나 공부하는 목적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라고 진단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사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집단이지만 직무만족도나 자기효능감은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다.

 

이제 교육이 변해야 할 때다. 산업시대 교육에 대한 향수와 집착, 관념과 구태를 버리고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이미 된 것이다. 법과 제도부터 바뀌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다. 그만큼 우리 교육, 우리의 학교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 그래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교사부터, 그런 교사가 발 딛고 있는 바로 그 학교부터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 정책이다. 혁신학교를 말하는 이유다. 변한다면 왜 변해야 하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누구부터 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것으로부터 혁신학교는 출발하는 것이다.

 

△ 박 장학사는 원광여중 ·설천중 교사와 익산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도교육청 교육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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