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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예술이 '황금알' 낳는다

지역경제 살리는 문화의 힘 ① 프롤로그 - 시장 외면 받는 문화 지속적 성장 어려워…미국 뉴욕 공연 상품화 성공사례 손꼽혀

▲ 미국 뉴욕의 야경. 센트럴파크 링컨센터는 뉴욕 공연의 심장부로 이들은 공연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가 됐다.

 

오늘날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런던·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고, 그 경제가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다. 먹고 살기도 팍팍해서 뉴욕 갈 일도 없는데, 갑작스레 웬 맨하탄 타령이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하지만 '더' 길게 '잘' 먹고 살려면 문화와 경제의 숨바꼭질을 잘 이해해야 하는 법. 이전엔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던 시대라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더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문화 경제학'은 우리의 문화를 경제 마인드로 무장시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미국 뉴욕의 예술은 부자동네에서 꽃피기 시작했다. 문화가 경제 덕분에 먹고 살던 시절이다. 그러나 맨하튼 남쪽 소호로 내려가면서 달라졌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잘것 없는 공장지대였다. 싸고 넓은 작업장이 필요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 이곳의 건물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소나벤드 갤러리를 시작으로 많은 갤러리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여기엔 갤러리를 더 극적으로 세속과 고립시켜서 예술의 상품가치를 더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소호는 1990년대 중반까지 황폐하고 어두운 우범지대였던 첼시가 나타나기 전까지 미국 현대예술,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첼시의 갤러리는 상업적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세상과 격리된 채 예술 자체를 추구하는 듯한 분위기로 오히려 관람객들이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호와 첼시의 역사는 돈과 예술, 경제와 문화 사이에 뒤엉킨 또 다른 단면이다.

 

미국 뉴요커들이 브로드웨이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곳이 센트럴파크 링컨센터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뉴욕필하모닉, 뉴욕시립발레단, 뉴욕시립오페라단이 한데 모여 있는 뉴욕 공연의 심장부. 그러나 이들은 공연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시켰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이하 메트)에 가보면 같은 시각에 메트의 공연을 생중계로 볼 수 있다. 기업 후원으로 TV로만 광고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메트는 맨해튼 지하철역과 버스, 전화부스, 가로등까지 나가서 오페라 광고를 한다. 이렇게 오페라를 광고해도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질 않는다.

 

뉴욕은 11월부터 12월까지 '호두 까는 인형의 도시'가 된다. 뉴욕시립발레단의 '호두 까기 인형'덕분이다. 뉴욕시립발레단의 홈페이지나 팸플릿에 안내된 요금표를 보면, 이들의 공연 마인드가 얼마나 경제적 마인드로 무장됐는지 알 수 있다. 개인 관객이 살 수 있는 공식적인 티켓 요금만 24가지 이상이다. 요일에 따라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라임피크'(주말 낮 공연), 평일에도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스탠더드', 덜 선호하는 평일엔 '오프피크'(금요일 제외) 등으로 티켓 가격이 달라진다. 좌석·열에 따라서도 차별화된다. 우리나라가 청소년이나 국가 유공자, 장애인 등에 대한 할인 혜택을 주는 것 외에 VIP석·R석·A석·B석 등 다섯 종류의 티켓만 파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렇게 뉴욕의 예술과 문화는 철저하게 경제적 마인드로 무장돼 있다. 상업화 돼 돈만 밝히는 예술로 전락돼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외면을 받는 예술이 지치지 않고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문화경제학'에서는 이렇듯 지역의 문화 현장을 경제 마인드로 풀어내고자 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세계미술거장전'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와 같은 대형 이벤트의 경제 효과, 쉴새없이 올라가는 크고 작은 공연의 제작비, 다들 알고 싶어 하는 미술작가들의 작품 거래가, 부르는 게 가격인 클래식 악기 구입비, 살림 빠듯한 독립영화 제작비 등의 이면을 경제적인 눈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예술의 출발은 돈이지만, 예술은 마이더스 손처럼 경제를 만든다. 예술와 문화를 얼마나 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대가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전북은 앞으로 먹고 살 게 문화밖엔 없다'는 푸념이 희망이냐 절망이냐로 판가름나는 데에는 문화를 경제로 풀어낼 줄 아는 전략적 마인드에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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