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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 사업 실패 딛고 파프리카로 '부농의 꿈' 실현

김제 만경 OPS 농장 의자매 김연기-양명희 대표

 

▲ 김제시 만경읍 소토리에서 OPS 농장을 운영하는 의자매 김연기(사진 뒤쪽)·양명희 대표가 파프리카를 손질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혈연·지연·학연이 전혀 없는 남남이 귀농하여 오로지 부농을 일궈보자는 목표아래 의기투합, 파프리카 및 포도농장을 꾸린 의자매가 꿈을 실현해 가면서 연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김연기(50)·양명희(55) 대표에게 남편들에 대해 묻자 "우리 남편들은 농장의 일꾼으로, 말없이 우리를 도와주는 상머슴이다"면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쯤되면 기자는 더 궁금하기 마련, 끝까지 남편들에게 물었다. "왜 남편들이 나서지 않고 여성들을 대표로 내세웠냐고?"

▲ 지난해 서울 가락동시장에 첫 출하한 파프리카.

대답은 간단했다. 김 씨의 남편 정 모씨와 양 씨의 남편 이 모씨 모두 귀농하기 전 잘나가는 사업가였으나 부도 등으로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웠다. 이후 모든 자리(?)는 부인들에게 양보했다는 것.

 

물론 정·이 씨 역시 귀농하기 전에는 전혀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며 김·정 씨 부부는 하루아침에 부도를 맞고 시름에 잠겼다. 귀농을 결심하고 고심끝에 무작정 택한 곳이 전북 김제땅. 김·정 씨 부부가 알기로 김제는 쌀의 고장이요, 인심이 풍부한 곳으로 알고 있었기에 무작정 김제를 택했다.

 

김제로 내려온 김·정 부부는 재기를 위해 발버둥을 쳤다. 김제로 내려온 지 얼마 후, 김제시청에서 실시하는 귀농자 교육을 알게 되고 귀농 교육에 참여 하게 된다.

▲ 파프리카 농장 전경.

여기에서 운명의 양·이 씨 부부를 알게 되면서 두 부부는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 서로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아 각각 귀농자금 2억씩을 보태 4억원을 마련, 900평의 파프리카 및 1200평의 포도 농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6월 기존 파프리카 농장을 인수한 김·양 씨 의자매는 한번 실패를 맛본 쓰라린 경험자들 이기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파프리카 재배에 올인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2일 꿈에 그리던 첫 출하를 시작했다. 약 8톤에 가까운 파프리카를 서울 가락동에 팔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포도 역시 농장 옆 도로변에서 전량 판매 하는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눈물의 성과물을 거둔 셈이다.

 

"한 번 실패를 맛봤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김 씨는 "오늘이 있기까지 언니(양 씨)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거다"며 공을 양 씨에게 돌렸다.

 

김 씨는 "우리는 이제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면서 "밥먹고 잠자는 일까지 같이하면서 똑같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세상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양 씨 역시 "나이는 내가 더 많지만 동생이 오히려 언니 같다"면서 "동생 부부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고 있다보니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김·정 씨 부부를 치켜 세웠다.

 

김·양 씨는 "아직 시기적으로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자신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김제시청 귀농 담당자의 헌신적인 봉사와 협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양 씨는 "김제시청 귀농 담당자는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해 힘들어 할 때 용기와 희망을 복돋아 주고, 자기일 처럼 뛰어다니며 귀농을 도와줬다"면서 "그러한 공무원이 있을 때 자신들과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재기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양 씨는 꿈이 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대형 유리온실을 짓고 싶다"면서 "귀농자로서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귀농자들이 자금신청을 하게 되면 행정기관 및 금융기관은 기준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여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줬음 하는 바람이다"고 털어놨다.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양 대표는 "솔직히 다른 이유가 없다. 순전히 경제논리로, 파프리카는 아직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다. 파프리카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다른 작목(토마토, 딸기 등)으로 전환이 유리하다. 그래서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파프리카 생산에 올인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귀농을 꿈꾸는 후배 귀농 희망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김·양 씨는 "일부 귀농 희망자들은 귀농을 잘못 이해 하고 있는 것 같더라"면서 "사전에 철저히 귀농에 대해 공부하고, 특히 각 지자체나 기타 다른 곳에서의 귀농교육이 있을 때 열심히 교육을 받는것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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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우 dw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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