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지 못한 청년 유출, 시작된 중년 귀환 전북 인구 구조, 이제는 ‘붙잡기’가 아닌 ‘활용’의 문제
전북은 지난 20년 간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대상 지역이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청년층 유출은 멈추지 않았고, 도내 14개 시·군 중 대부분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현실에 놓였다. 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인구 감소 자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포착된다. 산업화 이후 타지로 떠났던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정년퇴직, 삶의 전환을 계기로 다시 전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전히 현역이며, 수도권과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세대다.
전북일보는 새해를 맞아 ‘청년 유출’과 동시에 진행되는 ‘중년 귀환’의 흐름을 기록한다. 이번 기획은 돌아온 50대의 삶과 선택을 통해, 전북이 이들을 지역 소멸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인적 자산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균형발전 20년, 전북 인구는 왜 더 빠르게 줄었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본격 도입된 2005년 이후 20년간 중앙정부는 균형발전과 지방 활성화를 목표로 약 203조 원의 재정을 전국에 투입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 소멸위험지역은 2005년 33곳에서 2024년 130곳으로 늘었고, 지방 인구 감소 속도는 오히려 가팔라졌다.
전북의 상황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심각하다. 균특회계 도입 당시 약 185만 명이던 전북 인구는 2025년 기준 17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정읍시 한 곳이 통째로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11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전체 지자체의 약 80%가 인구 소멸 위험 단계에 놓여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인구 감소의 중심에는 청년층 유출이 있다. 통계청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종합하면 전북은 최근 수년간 청년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전북의 청년 순유출률은 –1.3%로 전국 평균(–0.5%)의 두 배를 넘는다.
같은 특별자치도인 강원보다도 높은 수치로, 전북이 청년 인구 이동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인구 이동에 따른 소득 변화’ 분석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의 평균소득은 1년 새 22.8% 증가한 반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한 청년의 소득 증가율은 7.6%에 그쳤다. 일자리의 질과 임금 격차가 청년 이동을 사실상 단방향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전북 역시 이 구조에서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인구 감소를 단순한 자연 감소나 출산율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산업화 이후 수도권에 집중된 일자리 구조, 상대적으로 취약한 광역 교통망, 정주 여건의 한계가 겹치며 청년층 이탈이 구조화됐다는 분석이다.
균형발전 재정이 투입됐지만, 일자리·주거·교통이라는 핵심 축을 동시에 개선하지 못하면서 정책 효과가 인구 유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지난 20년간의 균형발전 정책은 전북에 재정을 공급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소멸위험 비중을 기록하는 지역으로 남게 됐다.
△줄어드는 청년, 늘어나는 중년…전북 인구 전략의 전환점
청년층이 빠져나가는 사이, 전북에서는 또 다른 인구 이동이 관측된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유입이다. 수도권에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거나, 부모 돌봄·주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전북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의 귀환은 전통적인 귀향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고향 회귀가 아니라 은퇴 이후 삶의 재설계, 전직·창업, 생활비 구조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통계청 인구 이동 자료에서도 전북은 청년층 감소와 달리 중·장년층에서는 순유입 흐름이 나타난다.
문제는 전북의 인구 정책이 이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정책은 있으나 일자리·교통·주거의 핵심 조건과 분절돼 있고, 중·장년층을 위한 전직·재교육·정주 지원은 체계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전북처럼 청년과 중년 모두에게 구조적 약점이 있는 지역은 전국 공통 사업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청년에게는 광역 통근권과 일자리 연계, 중년에게는 재취업·창업·돌봄을 묶은 전북형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유출을 막는 동시에 돌아오는 중년을 지역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구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구 감소는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돌아온 50대, 전북이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청년 유출과 중·장년 귀환이라는 엇갈린 흐름은 전북 인구 구조가 이미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변화가 정책적 준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청년이 떠난 자리를 중·장년이 채우고 있지만, 전북은 이들을 지역의 새로운 인적 자산으로 연결할 제도와 환경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수도권과 대기업, 공공기관, 전문직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한 50대는 단순한 ‘인구 숫자’가 아니다.
산업 경험과 조직 운영 노하우, 기술과 인맥을 축적한 현역 인력이다. 그러나 전북으로 돌아온 이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전직·재취업을 위한 교육 체계와 지역 산업과의 연결 통로는 부족하고, 생활권 단위의 교통·의료·돌봄 인프라도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귀향 이후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거나, 지역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장년층의 귀환이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일시적 인구 이동에 그칠 뿐, 지역 활력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청년 유출을 막지 못한 구조가 중·장년 귀환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북의 인구 전략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인구 감소 자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나타난 인구 이동의 방향을 어떻게 지역 정책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소멸의 속도와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돌아오는 50대를 지역의 노동력과 돌봄 자원, 공동체 리더로 연결할 수 있다면 전북의 인구 구조는 또 다른 균형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전북일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26년 연중기획으로 ‘돌아온 50대’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도권을 떠나 전북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정착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과 한계는 무엇인지,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자 하는지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년 유출 이후 전북이 맞이한 새로운 인구 흐름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지역 정책과 사회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고민하려 한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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