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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필름서 전북의 역사가 나왔다"

전북일보에 비친 현대사 60년 사진집'기억' 발간까지 / 1950년부터 60년간 사진 엄선 10년 단위로 구성…시대 변화상 한눈에

▲ 얼음이 녹은 뒤 뗏목처럼 만들어진 얼음조각 위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1980년대 사진에서 발췌했다.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시류에 영합하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내용과 깊이를 두루 갖춘 웅숭깊은 양서를 출간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출판사가 지역신문의 사진집을 출간한다니. 2010년 창간 60주년을 맞은 전북일보 사진집'기억'을 낸 출판사는 학고재(대표 우찬규·學古齋)다. 옛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오는 '학고창신'(學古創新) 아래 우리의 문화와 고전을 아름다운 편집과 장정으로 펴내온 학고재는 전북일보의 끈질긴 설득으로 '지역의 재발견'을 감행했다.

 

"아! 60년이라니? 먼지가 켜켜이 쌓인 필름에서 '전북의 역사'가 나왔다. 이참에 전시된 사진들은 암실에서 빛으로 태어난 수천 점, 수만 점의 옥석 중에서 추려낸 귀한 옥들일 것이다. 여기 이 옥돌을 갈고 닦아서 전라북도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지역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 10년 아니 40년이 흐르면 더욱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기억 - 전북일보에 비친 현대사 60년'을 가장 먼저 읽은 '첫 독자' 안도현 우석대 교수의 일성이다. 1950년 10월15일 창간호를 시작한 역사의 기록자인 본보 지면에 비친 현대사 60년 아리랑을 10년 단위로 짚은 사진전이라는 점 때문에 2010년에 열린 '전북의 자화상 - 60년의 기록, 역사를 말하다'는 그 자체만으로 화제를 몰고 왔다. 이후 본보가 좀 더 완성도 높은 사진집을 출간하자는 고민 끝에 미술전문 출판사를 택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 작업이 다소 늦어졌다.

 

반복될 수 없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불완전한 추억이라 하더라도 비로소 아스라한 감정들과 함께 우리 마음에 남아 빛날 수 있어서다. '기억'이라 불리는 이 사진집은 전북일보에 비친 현대사 60년의 현장이자 증언이며, 지역사회의 파수꾼이자 역사의 기록자라는 사명으로 지켜온 전북의 자화상이다. 흑백필름 속의 역사를 복원하는 대대적 작업으로 시작된 '전북의 타임캡슐'은 차곡차곡 쌓여 있던 전북의 역사를 정치와 경제·사회·문화·생활양식 등 시대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400여 장으로 추렸다.

 

 

▲ 이리역 폭발사고로 파괴된 현장을 항공 촬영했다. 1970년대 사진 중 하나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역할 분담은 공교롭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해온 이재원 서울여대 교수가 기존 디자인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형식으로구현해냈다. 여기에 본보 김은정 콘텐츠 기획실장·안봉주 부국장·정지영 前 편집위원이 엄선한 700여 장의 사진의 지나간 시간과 공간에 함축된 역사를 쓰고 엮어 전북의 현대사 60년 '기억'을 완성시켰다.

 

사진으로만 독자에게 말을 걸 수 있게끔 사진 밑에 설명을 적는 형식을 거부하고 뒷부분에 관련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군데군데 비워둔 페이지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썼다. 활자의 크기도 제목과 본문의 글씨 크기를 같게 하고 이런 책이라면 으레 들어가게 되는 대표의 얼굴까지 생략해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흥미로운 '기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역사는 기억이다. 기억은 곧 우리의 미래를 여는 힘이다. 역사는 기록으로 말한다. 우리에게 아무리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기록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정당한 역사로 서지 못한다. 전북일보가 전북의 현대사 60년을 한 권의 책으로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현대사와 고락을 함께해온 전북일보가 그 영욕의 궤적을 모은 전북의 현대사 기록 '기억'은 지역 언론으로서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면서 개혁과 변화를 통해 전북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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