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으로 개념 형성과정·주도권 다툼 제기
'문화복지'는 새로운 승부수일까, 장고(長考) 끝의 악수(惡手)일까. 문화복지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치권이 사회 양극화를 타개할 대안으로 사회복지와 문화를 결합시켜 만든 개념이다. 1980년대부터 촉발된 문화복지 개념 논쟁은 정권 교체기마다 재점화되면서 일부 영역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변질됐다.
강현정 전주효자문화의집 관장(37)이 전북대 대학원 고고문화인류학과에서 쓴 석사논문'문화복지 개념의 형성과 갈등'(사회적·정치적 과정을 중심으로)은 이런 간극에서 출발했다. 문화복지 개념 형성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연구서가 아닌 논문으로 나온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강 관장은 "문화복지 담론은 정부의 문화복지 정책 방향과 함께 진행됐다"고 말했다. 우선 제1기에 해당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는 문화복지 원년의 해다. 당시 문화부를 독립시키고 국민들의 문화 감수성 증진을 위해 문화의집 건립을 유도했다. 2기에 속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는 IMF 금용위기 여파로 경제안정이 우선됐다. 대신 김대중 정부는 사회복지사 양성을, 노무현 정부는 문화복지사를 제시했으나 제도화에는 실패했다. 3기로 분류되는 이명박 정부는 무상급식·보육 등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 관한 담론이 확대된 시기. 문화복지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킨 문화바우처가 그 예다.
문제는 사회복지계와 문화계가 문화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데 있다. 사회복지계는 문화복지 수혜자가 경제적 취약계층이라고 보고 문화서비스를 강조하는 한편, 문화계는 경제적 취약계층과 문화적 취약계층이 같다는 등식에 반기를 들고 문화활동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것 등을 우선에 둔다. 강 관장은 "그러나 두 영역이 문화복지 개념을 둘러싼 헤게모니 논쟁이 문화바우처 등을 활성화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평가했다.
"문화카드(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1인당 5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카드) 사용률을 높이려면, 당사자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문제는 문화카드 사용이 필요한 계층의 정보를 갖고 있는 사회복지과와 정보 접근권이 제한된 문화예술과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데 있죠. 지난해 법률 개정으로 문화예술과 공무원이 사회복지과 담당자에게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렸으나, 실제 업무 수행자인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사실상 찾아가는 문화활동 혹은 문화바우처 등과 같은 문화복지 정책을 체계화시키기 위한 문화복지 전문인력 필요성은 2007년부터 제기됐다. 2006년 이광철 의원이 발의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문화복지사는 문화기획·문화시설 관리·문화예술교육·지역문화 해설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 강 관장은 "문화복지를 사회복지보다 더 낮은 개념으로 인식한 사회복지계의 반발로 사회복지사와 비견되는 문화복지사가 제도화되는 데 실패했다"면서 "그나마 지난해 토론회 등을 거치며 제도화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신설한 문화복지 전문인력 자격을 문화경력자 50%, 사회복지사 50%로 제시했을 만큼 사회복지계와 문화계의 주도권 싸움은 현재 진행형.
강 관장은 "문화복지 개념을 가지고 있는 내재적 의미 등이 더 치밀하게 탐구돼야 한다는 점, 문화복지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 지역에 맞는 문화취약계층 대상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추후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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