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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분유 먹이려"…비뚤어진 자식사랑

분유 300만원어치 훔친 부부 불구속 입건

(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어린 딸에게 좋은 분유를 먹이려고 분유 300만원어치를 훔친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군산에 사는 이모(24)씨와 차모(18·여)씨는 어린 나이에 만나 슬하에 딸(2) 하나를 두고 있었다.

용접 일을 하는 이씨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가장이었다.

이들 부부에게 딸은 희망이었고, 부부는 딸을 세상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딸이 사용하는 유모차도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고가의 외국제품으로 샀고 주말이면 렌터카를 빌려 교외로 나들이를 나갔다.

딸이 먹는 분유 역시 시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산양분유로 먹였다.

하지만 이씨의 수입으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고 부부는 결국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분유를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이씨 부부는 지난해 8월 7일 완주군 삼례읍의 한 마트에 들어가 산양분유 33통(시가 200만원 상당)를 훔쳤다.

한 번의 절도로 부부는 분유 걱정을 덜었지만 이도 잠시일 뿐 다섯 달이 지나자 분유는 어느새 떨어졌고 예민한 영아가 먹는 분유를 인제 와서 바꿀 수도 없었다.

결국 부부는 분유 값을 감당하지 못했고 다시 한 번 딸을 위해 '못된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날도 부부는 유모차에 분유 14통을 숨겨 무사히 빠져나왔고 딸에게 좋은 분유를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마트 주인은 사건 당일 들어 온 수표를 경찰에 신고했고 부부는 이날 음료수 값을 계산하려고 사용한 수표 때문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아내와 저 모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딸에게만큼은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완주경찰서 오기주 경사는 "금융 거래 명세를 조사한 결과 분유를 다른 사람에게 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딸에게 좋은 것을 주려는 부부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방법이 잘못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완주 경찰서는 4일 특수절도 혐의로 이씨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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