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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회복지 공무원(상)-도내 실태]자정퇴근·휴일출근 '녹초'…가정 포기해야 근무 가능

"과도한 업무로 주머니엔 항상 사직서 우울증 동료 보면 목숨 끊을까 두려워"

올 들어 2개월 사이 경기도에서 2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도한 업무 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2006년과 2008년 심각한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사회복지공무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순위인 '공무원'이 됐지만, 이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잇단 자살로 그동안 수면아래 잠겨 있던 사회복지공무원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전북지역 사회복지공무원의 근무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

 

올해로 18년째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지연씨(45·여·가명). 김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되풀이 한다. 하지만 오전 8시 사무실에 출근해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고, 이들의 민원을 처리하다보면 다짐은 어느새 잊혀진다.

 

퇴근을 알리는 오후 6시는 김씨에게 새로운 일과의 시작이다. 일과시간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처리하지 못한 각종 공문 등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시계 초침은 밤 12시를 가리킨다. 이런 일은 거의 매일 반복된다. 주말에도 나와서 업무를 봐야 정해진 기일 안에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김씨는 "'가정 복지'를 포기해야 '사회 복지'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회복지공무원들 사이의 불문율이 있다"며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가면 아이들은 모두 잠든 시간"이라고 했다.

 

그만큼 업무가 많다. 김씨를 포함해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2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에서 쏟아내는 300여 가지에 달하는 업무를 맡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보편적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업무도 늘어났다.

 

김씨는 "사회복지공무원을 충원해달라고 하자 정원은 늘리지 않고, 행정직원을 한명 빼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대체해줬다"며 "이 때문에 일부 동사무소에서는 사회복지공무원이 사회복지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도 맡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모든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사회복지업무를 10여 년 동안 맡아오면서 기회가 있으면 행정직으로 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15년째 일하는 박현선씨(40·여·가명)는 항상 가슴에 사표를 넣고 다닌다.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가정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아이들의 얼굴은 출근길 학교에 데려다주는 10분이 전부다.

 

박씨는 "남을 위한 일을 하려면 내가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로 행복하지 못하다"며 "내가 행복하지 못한데 어떻게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아이가 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것 10개를 하나씩 버리는 게임을 했는데 마지막이 아빠였다. 그 이유는 아빠가 아침과 저녁밥을 챙겨주기 때문이었다"며 "책임만 많고 그에 따른 격려와 보상은 받지 못하면서 가족까지 지키지 못하는데 이렇게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91년 사회복지공무원이 처음 자치단체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이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실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지난 2012년에 발표된 석사학위 논문을 보면 응답자의 32%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42%는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한 사회복지공무원은 "하루 수십 명의 민원인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응대한다. 이중 30%는 무조건 시비를 걸고, 10%는 악성민원"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해 정신과 진료를 받는 동료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료 중에는 우울증까지 겹쳐 경기도에서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료가 생기지 않을까 솔직히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도에 따르면 도와 14개 시군의 사회복지공무원 정원은 1649명이다. 하지만 현재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은 정원 보다 296명이 부족한 13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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