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작가와 소통 부재·부지도 선정 늦어져 / 남원·순창·임실 3개 시·군 '졸속 행정' 도마
자치단체의 졸속 행정으로 국비 지원을 받은 문화예술 공모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역 유명 예술인들을 앞세워 진행한 사업에 정작 해당 예술인에게는 알리지도 않은데다 부지 선정도 늦어지는 등 애초 계획의 방향성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 순창군, 임실군은 지난 2011년 섬진강 주변에 문화공간을 조성해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농특산물 판매와 연계한 '섬진강 A+A 타운벨트 조성사업'을 공동 추진, 사업비 44억원(국비 35억2000만원, 시군비 8억8000만원)을 확보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임동창(남원)·한국화가 송만규(순창)·시인 김용택(임실)씨를 선정해 이 곳을 중심으로 관광자원화를 꾀한다는 게 문화공간 사업의 기본 틀이다.
하지만 3개 시군은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뒤 공모에 선정된 후에서야 이 사실을 알려 작가 교체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이에 더해 부지 선정 문제 등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업자 선정이 늦어진 것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3개 시군을 대표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던 순창군의 속도가 가장 더디다. 지역 작가가 아닌 송만규씨를 섭외해 사업을 진행하면서 순창지역 미술인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 송씨는 자신도 모르게 일이 진행된 상태에서 참여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황숙주 군수와 면담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창군은 문화공간을 미술 분야로 지정해 활용키로 한 만큼 특정 예술인을 고집하기보다는 지역 예술인들 등과 의견조율을 통해 조만간 운영방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순창군 관계자는 "일단 좋은 취지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예술인 선정과 사업부지 변경 등의 절차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추후 상황을 봐서 보완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시의 경우 순창군의 사정보다는 낮지만 예술인·사업 계획 변경 등으로 진행 상황이 더딘 것은 마찬가지다.
공모 당시 지역 예술인으로 선정됐던 임동창씨가 지난해 거주지(남원시 송동면)를 완주군으로 옮기면서 중요무형문화재 유명철(농악)씨로 변경됐다.
남원시는 또 섬진강 주변 마을을 정비해 관광자원화를 하려 했지만 4대강 사업과 중첩되면서 당초 계획을 변경해 남원시립농악단 리모델링 공사에 예산을 투입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용택 시인을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 사업 실시설계를 마치고 전북도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임실군이 그나마 속도를 내고 상태다. 하지만 순창군과 남원시의 추진 상황과 발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두 자치단체를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업의 맹점은 또 있다. 지역 예술인들을 활용한 문화공간을 건립하는 데 예산이 편성됐을 뿐 운영비에 대한 대책은 불분명하다. 앞으로 이들 시설이 잘 활용되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해당 예술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작가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은 비상식적이지만 일단 지역 문화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면서 "시군과 협력해 공모사업과 도 보조금 확보 등 운영비 마련을 논의해야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세금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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