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의 목적은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시공자에게 제공하는 데 있다. 하지만 부실한 설계도서로는 건축주의 삶이 반영되지 않거나, 시공시 필요한 많은 부분이 누락이 되어 공사하기에 어려운 요인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었지만 재시공을 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미 시공한 것들을 뜯어 고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공한 자원이 아깝기도 하고, 이중으로 돈이 들어가기에 건축주는 속만 끊이며 설계자와 시공자를 원망하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이 누적되며 집짓는 일은 '10년은 늙어야 하는 몹쓸 일'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제대로 된 설계 도서를 갖추는 일이다. 건축주와 설계자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설계 도서를 만들고, 시공자는 그대로 지으면 되는 것이다. 집을 짓는 다는 것은 건축주의 삶을 바탕으로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가 이중삼중으로 마음을 맞춰가며 약속을 하는 일이다. 마음을 맞춰가는 단계마다 가상의 공간에 한 채의 집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가상의 집을 많이 지을 수록 다각도의 검토가 이뤄졌음을 뜻한다. 설계도서의 최종 성과물이란 건축주와 마지막으로 지은 가상의 집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도면, 내역서, 시방서로 변환시킨 것을 말한다.
△건축주 스스로 짓는 집-건축사와 설계-시공사와 시공-실제의 집
설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며 가족과 함께 미래를 계획하며 가상의 집을 지어봐야 한다. 물론 실제로 짓는 것은 아니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해 텍스트와 이미지로 정리가 된다. 이 과정이 꼭 필요한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정확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건축주를 제대로 이해해야 그 삶을 담는 공간을 제안할 수 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는 누구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집짓기는 건축주 자신이 가진 삶의 태도다. 건축주 자신이 스스로 가상의 집을 부실하게 만들게 되면 그 빈자리를 설계자가 채울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이 원하는 집이 아닌 설계자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의 철학이 아닌 설계자의 철학이 담긴 집에서 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건축주 자신이 자기의 집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일은 건축주의 고유 업무이자 권리다. 즉 집짓기 전반에 걸친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집짓기의 승패가 판가름 난다.
강미현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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