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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집짓기】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금자리'

전주 학전마을 유종철씨의 전원주택 / 설계부터 시공까지 관여 비용 절감 / 자연 속 텃밭 일구며 '제 2의 삶'

▲ 전주시 원당동 학전마을 인근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유종철씨가 집짓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시민건축학교 그리 크지 않은 집' 주최로 지난 27일 전주 황학길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내가 스스로 설계하는 우리집'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열렸다. 김우철 대표가 진행한 워크숍은 자신이 살아갈 집에 대해 다른 사람(설계자, 시공자 혹은 지인이라 불리우는 남)이 아닌 스스로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건축주가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당연한 일이 아직은 낯선 현실에서 이제는 '집'이란 사유의 공간을 건축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기획된 시민학교다.

 

실제 주부와 교사, 은퇴자 등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공히 친환경적이며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갈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들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한 번쯤 전원생활을 그려본다. 자연과 벗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동경하면서다. 텃밭을 가꾸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맘껏 뛰놀 수 있게 하고픈 것도 편리한 아파트를 뒤로 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막상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망설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에다 자녀 교육문제, 인근 주민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많은 손을 필요로 하는 관리상 어려움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전주시 평화동에서 부인과 함께 학원을 운영하는 유종철씨(46)도 전원생활에 대한 꿈을 전주시 원당동 학전마을에서 펼치고 있다.

 

"마당 생활이 하고 싶었습니다. 동물들을 좋아해 애완견을 마음껏 키우고 싶고 텃밭도 가꾸고 싶었습니다."

 

막연히 마음에 담아 두었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중인초등학교 어린이들을 피아노학원으로 등하교 시키면서 평소 학전마을을 눈여겨보았고, 땅 매도자가 나타나 일을 저질렀다.

 

완산 체련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학전마을은 정보화마을과 주말농장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도시 속 전원 마을. 지난해 500평을 평당 50만원에 구입한 후 곧바로 집짓기 작업에 들어갔다. 텃밭을 일구고, 장기적으로 전원 어린이집을 짓기 위해 좀 넓은 땅을 장만했다.

 

달리 저축한 목돈은 없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약간의 부모 도움, 대출 등으로 5억원 정도를 예상했다.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에 맞는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지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사업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설계단계에서부터 집 짓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설계 업체와 건축업체에 일을 맡겼지만, 총감독은 그였다. 그가 짓고 있는 집은 콘크리트 슬라브 구조로 된 45평 규모. 평당 건축비 400만원에 계약했다. 인테리어와 조경까지 모두 포함된 비용이다.

 

 

▲ 전주시 원당동 학전마을 인근에 집을 짓고 있는 유종철씨가 모악산 자락이 보이는 거실 창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그가 포인트를 둔 것은 넓은 창문과 2층 다락방. 거실의 넓은 창을 통해 모악산이 훤히 보이게 하고, 다락방은 편백나무로 벽을 붙이고 벽난로를 둘 계획이다.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공간 활용 차원에서 접이식으로 만들었다.

 

단독주택에서 부담이 큰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게 온수보일러로 태양열을 사용하고, 난방은 화목 보일러로 설계했다. 단열을 위해 단열재를 많이 사용하고, 2중창을 만들었다.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은 뒤 집만 보입디다. 도청 앞 전원주택단지를 비롯해 여러 모델들을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지난해 11월초 착공에 들어 현재 60% 정도 진행될 때까지 그는 하루 한 번씩 매일 현장에 나와 집짓는 상황을 살핀다. 기초 다질 때 흙을 더 넣어 단단하게 하도록 하고, 자재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것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부실이 우려되는 겨울공사를 중단하고, 보름 여 전부터 공사를 재개시켰다. `집 한 채 지으려면 10년 늙는다`는 말을 실감한단다. 공사 착공부터 현재까지 5개월여 걸렸지만, 실제 공사 기간은 2개월이 채안되는 데도 아주 오랜 기간 집을 짓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요즘 참 행복하다. 4월 중순이면 그리 그리던 전원주택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쏟아지는 별들을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고, 가을 황금들녘과 예쁜 단풍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전원주택의 고민중 하나인 풀 뽑기 등 집 관리 문제도 그에게는 별 장애가 아니다. 되레 가꾸는 것 자체를 즐기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친지들을 초대해 달과 별을 벗삼아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간의 시름은 저만치 달아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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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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