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 전주 JTV PD
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초창기, 기차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서 자취방이 있던 전북대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당연히 전주역 우측, 대형 나이트클럽 건너편 정류장에서 전북대라고 쓰인 118번(지금은 119번으로 바뀌었다)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쪽으로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중리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결국 시내로 향하고 말았다. 회사로 돌아와 동료PD들과 기자들에게 전주 버스 노선이 좀 이상하지 않냐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전주 버스는 원래 그래"라는 것이며, 118번의 노선에 대해서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직원 중 차가 없던 나를 제외하고는 어떤 PD나 기자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 정말로 버스 문제가 어려운 것은 중요한 그분들은 아무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내 스스로 정확한 노선을 체험해보고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전주대에서 119번 버스에 탑승한다. 기분 좋게 출발한 버스는 이내 우회전을 한 후 서부신시가지를 경유 이동교를 건너 당연하다는 듯이 또 우회전을 해서 서전주중을 지나 상산고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효자광장 방향으로 어렵게 좌회전을 한 후 효자주공아파트를 들려주시는 친절함을 베푸시고는 용머리고개를 넘어 힘차게 전주천을 따라 터미널과 법원을 지나 전북대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40분. 정말 전주대에서 전북대까지 오기도 쉽지 않다.
버스는 또 쉼 없이 달려 사대부고사거리를 거쳐 힘차게 전주역으로 달려보는데 이내 해금장사거리에서 급좌회전 우아주공 주민을 배려하고는 우회전, 전주역에 도착한 관광객들까지 싣고서 다시 백제로를 달려본다. 해금장사거리에서 또 다시 급좌회전해서는 안골사거리와 모래내를 거쳐 기린로를 달려주신다. 객사앞 사거리를 향해 우회전,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의 승객들을 모신 후 예상대로 평화동 주민들에게도 호의를 베푼 다음 꽃밭정이네거리에서 급우회전 후 다시 삼익수영장 방향으로 급좌회전하며 삼천동 주민들에게도 많은 은혜를 베푸신다. 그리고는 다시 급좌회전해서 평화동 동신아파트 주민들에게도 119번 버스의 존재를 알려준다. 이후 삼천동 농협공판장에 도착 멀고먼 여정을 마무리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많은 승객들이 자주자주 타고 내려주셨으며, 기사님은 한번의 휴식도 없이 1시간 40분을 운전해주셨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전주시에서 친절히 안내해주는 노선도를 검색해보니, 전주와 완주는 이미 하나였다. 완주 동상면에서 평화동 교도소까지 운행하는 871번 버스는 물론 완주 구이면 백여리에서 송천동 농수산시장까지 운행하는 978번 버스까지 정말로 길고긴 버스 노선이 많기도 많다.
말 많고 탈도 많은 전주 시내버스 뒤에 어떤 경제적 계산법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정말 중요하다. 버스야 말로 보편적 복지의 한 중심이기 때문이다. 1시간 40분의 노동을 쉼 없이 강요하는 현재의 전주 시내버스 노선은 너무도 가혹하다. 운전하는 사람의 피로는 결국 모두의 안전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최근 전주시의 발표에 따르면 승용차 이용율이 55.3%, 버스 23.6%, 택시 15.5%로 나타났다. 내가 살던 서울의 경우 승용차 24.1%, 지하철(철도) 36.2%, 버스 28.1%, 택시 7.2%라고 한다. 승용차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면 편리한 것에 더불어 환경에도 아주 좋다. 2013년 4월 현재 전주시내버스 요금은 1100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주시내버스 불편함의 해결점은 환승에서 시작된다.
전주역에서 시작해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와 서신동을 거쳐 평화동으로 가는 버스와 호남제일문을 출발 팔달로를 따라 시내와 한옥마을을 지나 평화동으로 가는 단순한 노선의 버스를 새로 만들자. 환승을 통해 기존의 버스를 더불어 이용할 수만 있다면 버스 타기는 정말로 편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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