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4:50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행복한 금토일
일반기사

【프라모델의 어제와 오늘】남자 아이들의 최고 호사, 이젠 마니아 전유물로

 

어릴적 누구나 '장난감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작은 마론 인형에 얽힌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남성이라면 변신 로봇이나 합체 로봇 장난감에 얽힌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가 '애들'로 분류되던 시절에는 장난감이 우리 세상의 전부였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도구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잣대이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다양했다. 작은 구슬부터 딱지, 종이인형, 농구공에 이르기까지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만큼이나 복잡 다양한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았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며 떠올릴 수 있는 '최고의 장난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프라모델'이라고 하겠다.

 

△ 프라모델, 남자 아이들이 꿈꾸는 최고의 호사

 

'프라모델', 즉 '플라스틱 모형조립'은 어릴 적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프라모델은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비행기·탱크·오토바이 등 다양한 기기를 플라스틱 조립 모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멋진 로봇 캐릭터를 조립해보고, 내 방에 전시해놓은 것은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대부분 남성들의 꿈이었다. 컴퓨터도 없던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 무언가가 필요했고, 프라모델은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되어 가지고 노는 이에게 이야기를 복원해 주거나 스스로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 도구'이기도 했다.

 

'프라모델'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였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으로 직접 만화나 영화 캐릭터들을 빚어내고 있기에 매우 견고하고 섬세하게 대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인상깊게 보았던 만화·영화 속 그 장면을 프라모델이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관상용 기능만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로봇·비행기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 자체로 친구들과 수천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였다. 로봇 하나만으로 매번 다른 이야기와 전개, 상황 설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무척 즐겁고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손에 쥔 로봇은 매일 새로운 이야기, 공간, 시간으로 나와 친구들을 사로잡곤 했다.

 

△ 키덜트 문화 되어버린 프로모델 수집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나버린 탓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디지털의 물결이 우리를 오프라인에서 멀어지게 만든 탓일까. 프라모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아련한 추억과 달리, 지금의 프라모델은 일부 소수 팬들만이 즐기고 찾는 '마니아 문화'로 전락했다. 과거 많은 아이들이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과학사'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신하고 있다.

 

사람들은 프라모델을 찾는 이들을 일컬어 '키덜트(kidult)'라고 부른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이 말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아이시절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프라모델 조립은 키덜트족들을 위한 것쯤으로 치부한다.

 

나는 그런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프라모델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한 마니아가 아니라 그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디지털보다 직접 무언가를 만지고, 조립하고, 그렇게 성취감을 느끼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것은 '추억'이다.

 

프라모델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한 매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를 제외하곤 전주에 유일한 프라모델 공간이다. 시들어버린 프라모델의 인기만큼이나 한적한 이곳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먼지 수북한 오래된 프라모델과 주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련했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슴 속 한 구석에 쌓여있는 것처럼, 프라모델도 그렇게 선반 한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