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8:4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일반기사

지금은 콩나물시루를 바꾸어야 할 때

서양열 희망나눔재단 집행위원장

최근 4~5년 동안 매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주요 화두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이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는 2012년 대선에서도 주요 화제였고,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이 대한민국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정책이 된지 오래이다. 무상급식도 시행중이고, 무상보육도 시행중인데, 국민의 삶은 왜 나아지질 않는 것일까? 과연,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길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이 있어야 가능할까?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서 지금과 같은 정책의 확대라도 절실하다는 측과 무조건적 보편주의가 복지영역 전체를 하향 평준화한다는 두 가지 입장이다. 무상시리즈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의미가 있다. 다만, 국민들의 의식, 제도, 재원, 전달 시스템 등의 복지수준이 그 정도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기업과 조직의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 인력과 시스템을 우선 갖추어야 한다.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조직과 기업에서 반복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복지현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흡사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또 증가하는 국민들의 복지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실시되는 사업들(프로그램)은 증가하였으나 이를 감당할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자살을 통해 알려졌듯이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업무과다와 열악한 근무환경, 성과위주의 복지서비스 현장을 방치한 채 새로운 정책 들을 시행한다면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의 구축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프로그램과 눈에 띄는 것만을 추구하는 복지풍토와 고용불안과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민간복지서비스 현장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는 남의 일처럼 멀게만 여겨진다.

 

중요한 문제는 지금 부터이다. 국민들 대다수에게 인식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넓고 깊은 보편적제도로서 자리잡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현상을 벗어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꿈만 따라가는 망상을 버리고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금의 보편적 복지국가 논쟁은 복지현장을 지켜나가는 주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 민간분야 복지전문가들에게, 나이가 들어가고 경력이 쌓여갈수록 현장을 떠나야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논쟁이 그리 즐겁지마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제도의 확대가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담아야 할 콩나물시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콩나물시루는 확대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리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마인드로는 제대로 된 성장이 어려움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방식의 복지전달체계를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방편으로서의 복지제도가 아니고, 선거용 공약으로서의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나길 간절히 희망한다. 콩나물시루가 작음을 탓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릴 것을 요구하는 우매함을 조속히 거두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