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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국악원 무용단 '파랑새'】민초들의 삶 '긴 여운' 남겨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훑은 기분이다. 80분으로 간추린 전북도립국악원의 무용단(단장 문정근)이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정기 공연'파랑새'(연출 김정수). 내년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재조명된 이 작품은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면서 한발 두발 스러져간 민초들에게 다가섰다. 대사 한 마디 없이 방대한 이야기를 아우르기 위해선 화려한 춤과 다양한 볼거리로 속을 채워야 했던 무용극은 동학농민운동 120년 역사를 가로지르며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 응축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문학적인 무용가'라고 평가받는 문정근 단장의 무용극은 총 4개의 장과 2~4개의 소품('경')으로 이어붙였다. 1장은 이글거리는 가뭄과 폭압에 지친 민초들의 처연한 몸짓, 2장은 죽창을 들고 지축을 흔드는 농민들의 함성이 역동적인 몸짓으로 이어지면서 파괴하려는 직선과 끌어안으려는 곡선의 춤사위가 묘한 어울림을 빚어냈다.

 

클라이막스는 관군과 일본군이 피의 결전을 벌인 끝에 놓인 죽음의 들판, 3장에 있었다. 죄없이 희생당한 농민군의 진혼을 위로하기 위한 문정근 단장의 춤사위는 옷자락을 잡는 맵시마저도 다 춤으로 보일 만큼 꼼꼼한 바느질처럼 느리고 처연했다. 죽은 영혼들이 솟대를 들고 하늘로 향하는 몸짓에서 파랑새를 형상화한 4장에선 가슴을 에는 슬픔을 뒤로 한 희망의 울림이 전해졌다.

 

객원 단원으로 참여한 전주대·우석대 무용학과 학생들의 과감하면서 섬세한 동작은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의 경계에 놓인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남성 단원들이 부족해 전주대 태권도학과(지도 박동영) 학생들의 박력있는 춤의 무늬, 깃발 등의 소품과 반복되는 동작으로 강한 이미지를 살린 이번 무대는 온몸으로 저항하는 동학농민군의 애끓는 절규를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관현악단·창극단의 애절한 선율은 동학농민혁명의 상흔 속에 놓인 민초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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