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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세월이 바꿔놓은 정미소 풍경 사진에 담다

김지연씨 사진전…21일까지 서울 류가헌 /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표현

▲ 순창군 동계면 서호물레방아의 2001년 모습(사진 왼쪽)과 그 자리에 보가 생긴 2011년 모습.
▲ 사진가 김지연

핸드폰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었다. 전주 서부신시가지는 논과 밭이었다. 인터넷 속도는 1MB에 불과했다. 모두 10년 전 이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우리 주변의 변화는 더욱 빨리 진행됐다. 특히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의 도태 속도는 가혹하리만치 빨랐다.

 

지난 2002년 첫 개인전 '정미소'로 기억 속에 사라져 가는 공간인 정미소를 복원해낸 사진가 김지연(65). 그가 10년 만에 옛 사진 속 정미소들을 다시 찾아 기록한 '정미소, 그리고 10년'전을 열고 있다.(21일까지 서울 류가헌)

 

그는 정미소의 옛 모습과 오늘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존재'했던 것이 현재는 '부재'하는 상황을 사진 한 장에 담았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도부터 정미소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당시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혹시 10년 후에 다시 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실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내게 10년은 기약 없는 시간이다. 즉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진안에 있는 정미소를 다듬어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운영하며 한 발짝 더 농촌으로 다가갔다. 쇠락해가는 농촌의 한 징후였던 10년 전 건물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가 궁금해졌기 때문. 결국 남도지역을 중심으로 소성 통영 월천 봉남 등에 흩어져 있던 정미소들을 다시 찾아 나섰다.

 

"정신없이 물질과 정신을 소비하는 현대에서 10년은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다. 정미소들은 작은 빌딩이나 현대식 미곡처리공장으로 변해있기도 했고 자취도 없이 사라졌거나 버려진 채 자리만 지키고 있는 곳도 있었다. 몇 안 되나마 아직도 수확철에는 기계를 돌리는 정미소의 늙은 주인들에게서는 '내 대(代)에서 정미소가 몰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정미소 주인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며 "또 만나시게요"라고 손인사를 할 때 작업의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서로 어색하게 웃는 시간이지만 다시 만날 시간이 별로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지금의 정미소들마저 무너져 사라지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의해 사라져 갈지라도 사진을 통해 우리는 그 공간이 지녔던 의미들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에 대해 "무심코 훌쩍 넘겨버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되넘겨 들여다보는 확인 작업"이라고 표현한 그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전주시 서학동에 한옥을 개조해 만든 '서학동 사진관'을 개관해 지역의 역사 문화 인물 등 사라져 가는 것들의 의미를 복원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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