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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 엿보기】연지곤지 찍고 사모관대 입고 이색체험

전주전통문화관 마당서 신랑·신부 손 씻고 맞절 / 술잔 나누며 백년해로 기약

▲ 전주시 교통 전주전통문화관 화명원 마당에서 전통혼례를 올리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봄의 신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은 결혼의 계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혼식은 공장에서 대량생산 방식의 공산품을 찍어 내듯이 예식장에서 신부와 신랑이 하얀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정신없이 뚝딱 치른다. 하객들은 지루한 주례사를 배경으로 신랑·신부의 등을 보며 잡담하기에 바쁘다. 좀더 다른 결혼식을 원하는 이들이 찾는 것, 바로 전통혼례다. 전주시 교통 전주전통문화관 화명원 마당에서 치러지는 색다른 전통혼례를 엿봤다.

 

지난 13일 토요일 오전 화명원 마당은 전통혼례 준비로 분주했다. 연간 80여건의 혼례를 치르지만 여기도 봄은 대목이다. 문 앞에는 여는 결혼식처럼 손님은 축의금대가 자리잡았고 문에 드러서면 170여석의 의자와 혼주석이 차려져 있었다. 화명원 건물 앞 초례상에는 댓잎과 소나무 가지가 놓여 있었다. 사계절 변하지 않는 의미를 담아 신랑·신부의 해로를 담았다.

 

비슷한 시각 신랑은 화명원 안에서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 전통혼례를 치르는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도청

"손은 바가지 모양으로 모으로 왼손을 위로해서 신부와 인사는 45도로 숙이고 예의를 갖추며 절을 할 때는 왼 무릎을 먼저 꿇고 하나 둘 셋을 세고 난 뒤 팔과 무릎을 차례로 세우세요. 특히 일어날 때 도포가 안 밟히게 옷자락을 뒤로 빼야 해요."

 

풍물패의 앞놀이로 혼례가 시작됐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연에 추임새를 넣으며 하객도 참여하는 결혼식이 된다. 이윽고 삼현육각이 라이브로 연주되는 가운데 자원봉사자 가마꾼이 청사조롱으로 길을 안내하고 이어 기럭아범이 목각 기러기를 들고 입장한다. 그 뒤를 신랑이 따라 입장해 전안상에 기러기를 올려놓고 절을 하는 전안례를 행한다. 이는 신랑이 신부에게 믿음과 정절을 약속하는 뜻이다.

 

이날 전통혼례를 구경한 싱가포르인 리시안 씨(25)는 "7일간의 한국 방문일정 중 한옥마을을 찾았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광경이다"며 "싱가포르는 서양식만 있는데 이 곳은 이색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안례 뒤 결혼식의 볼거리인 신부입장이 이어졌다. 본래 전통혼례에서는 혼례가 끝나고 신행길에 신부가 가마를 타지만 전통혼례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4명의 가마꾼이 드는 가마 입장이다. 신부 입장이 끝나면 집례의 진행으로 신랑·신부가 손을 씻고 맞절을 하는 교배례를 한다. 신부가 2번 절하고 신랑이 1번 절한다.

 

이를 지켜보던 신부 하객 전양진 씨(33)는 "전통혼례는 처음보는데 신기하다"면 "나중에 은혼식이나 금혼식을 전통혼례로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 전통혼례를 치르는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도청

이어 신랑·신부가 표주박에 술을 부어 마시는 합근례를 한다. 표주박을 반으로 쪼개면 맞는 짝은 오직 하나인 만큼 이 표주박이 다시 하나의 부부가 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후 신랑·신부가 하객을 향해 인사하고 마당놀이, 사진촬영, 폐백으로 혼례는 끝이 났다.

 

신랑 어머니인 박모 씨(77·전주시 진북동)는 "막내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여기서 자식 결혼식을 치른다"며 "한옥마을이라 친지들이 모이기도 편하고 전주의 지역색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전통혼례라고 하지만 어느정도 퓨전이 돼서 편하고, 권장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신부 김모 씨(31·전주시 진북동)도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고 보통 예식장에서 30분 내로 의미없이 끝나는 결혼식 모습이 별로여서 전통혼례를 했다"면서 "드레스는 사진 촬영 때 많이 입어볼 수 있고, 실제 드레스는 무겁고 몸에 꽉 조이는데 반해 전통 혼례복은 드레스보다 가볍고 편하다"고 말했다.

 

전주전통문화관 홍성철 팀장은 "한옥마을에서 전통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일반 예식장은 하루에 여러 건의 예식을 잡지만 이 곳에서는 보통 2건까지 받으며 여유롭게 혼례를 치러 신랑·신부가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화명원의 전통혼례 비용은 기본 75만 원이고, 사진 원판을 원할 경우 45만 원이 추가된다. 식사는 바로 옆 한벽루에서 가능하며 4인 기준 한 상에 10만 원이다. 주차는 화명원과 인근까지 최대 200여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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