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익산의'체당금 사건'은 고용노동부의 허술한 심사가 한 몫 했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조금만 더 주의깊게 조사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전북경찰이 지난 15일 구속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 박모씨는 공인노무사까지 끌어들여 국가를 상대로 체당금 사기 행각을 벌였다. 박씨는 사업체를 위장 폐업한 뒤 국고로 지원되는 근로자의 체납임금을 받아 가로챘다. 박씨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노무사 남모씨와 천공기 제조업체 대표 김모씨, 근로자 등 20여명도 임금채권보장법 위반과 사기,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박씨 등은 지난 2011년 5월 기업 운영이 어려워 폐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고용노동부에 체당금 지급 신청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 후 8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박씨는 사업체를 타인 명의로 변경,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박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월까지 3개 사업장에서 허위 근로자 24명이 일한 것처럼 속이거나 위장 폐업하는 수법으로 정부에서 3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박씨 등은 완전범죄를 위해 허위 근로자들을 교육시켜 폐업 확인 조사에 나선 근로감독관을 속였다. 정부가 사기범들에게 감쪽같이 당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이 체당금을 받은 후에도 계속 가동되는 등 수상쩍은 사실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관심과 의문은 없었다. 체당금을 지급한 후 일정기간 관찰했다면 박씨 일당이 사업자 명의만 바꾼 채 생산품목과 근로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익산지역에서 지난해 집행된 체당금은 25억원(22개 사업장)으로, 도내 전체 지급액 54억원(45개 사업장)의 절반에 달한다. 너무 과다하다. 수상쩍다.
고용노동부는 체당금이 지급된 모든 대상 사업장에 대해 박씨같은 범죄 혐의가 없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또 체당금 지급을 전후하여 해당 사업장에 대한 점검이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정부가 체당금 지급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이번 사건같은 계획 범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체당금제도는 도산 기업 근로자들의 체납임금을 국가가 먼저 지불해주는 사회보장제도다.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을 악용, 국가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도둑질하는 악질 범죄에 대한 강도높은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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