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익살·화음…표현력 돋보여
전라북도 지역을 위주로 활발한 오페라 작업을 펼치고 있는 뮤직씨어터슈바빙(예술총감독 이은희)의 제6회 정기공연이 전주 우진문화공간(14일)과 김제문화예술회관(20일) 무대에서 있었다. '결혼''전화'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른 이날 공연은 제작 연출 지휘 기획 등은 물론이요 출연 성악가들까지 거의 모두가 지역 출신들로 이루어지던 말 그대로 '호남인에 의한, 호남인의 오페라' 공연이었다(참고로 이번 공연의 예술총감독 이은희는 공연 전 인사말에서 이번 공연을 '전라도의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이러면서 이들이 호남 지역 오페라 발전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총각을 위한 오페라' 라는 부제를 단 첫 번째 작품 공석준 작곡의 '결혼'(연출 : 조승철)은, 한 명의 여자(소프라노 송주희)와 한 명의 남자(테너 조창배),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남자 '집사' 역의 바리톤 김대현 등 3명이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나가고 있었다. 이날 주역 소프라노 송주희의 연주와 연기는 맑고 표현력 있었으며, 테너 조창배의 연주와 연기는 청량하면서도 젠틀했다.
그리고 '집사' 김대현도 익살맞은 연기를 설득력 있게 이루어냈다. 남자의 진심을 안 여자가 사랑을 받아주고 면사포를 쓴 여인이 남자와 함께 행복한 퇴장을 하고 객석에서도 밝고 행복한 박수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인터미션 후 이루어진 '세상에서 제일 짧은 오페라'라고 하는 메노티의 오페라'전화'는 기계물질주의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오페라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이루어지고 루시(소프라노 신선경)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벤(테너 최재영)이 꽃과 선물을 가지고 나타난다. 이때 남자보다 선물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은 루시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하는 벤의 노래가 시원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전화'가 온다. 그리고 루시가 전화기를 대고 크게 웃기도 하면서 수다를 떨며 노래한다.
루시가 맑고 수정 같은 목소리의 연주를 이룬 다음, 다시 이번에는 스스로 전화를 해 수다를 떤다. 그러면서 함께 2중창을 이룬다. 전화를 하며 이루는 아름다운 여인의 연주 소리와 '젠틀한 분노'에 휩싸인 남자의 연주 소리가 평화스럽게 들리면서도 객석에서는 엄청난 갈등을 느끼게 한다.
지친 남자가 결국 떠나 버린다. 그러자 여자가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하며 중얼거린다. 결국 이들은 다시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전화 통화'를 통해 서로 결혼 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면서 함께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2중창의 연주를 사랑스럽게 이루어 내며 막이 내린다. 테너 최재영의 연주는 맑고 청량하기만 했고, 소프라노 신선경의 싱그러운 고음 연주도 매혹적이었다. /송종건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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