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감독, 한국 영화계 이단아. 이상우 감독(42)은 사람 속깨나 긁는 영화를 제작해왔다. 자신의 영화 '엄마는 창녀다' , '아버지는 개다' 등에서 가족 간 불통으로 이어지는 지옥도를 그려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금기시된 부모를 '개', '창녀'로 내몬 그의 영화적 실험은 언짢고 불편하다. 하지만 혹독하고 매운 결말에 다가갈수록 다시 화해로 돌아온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숏!숏!숏! 2013'에 출품할 '비상구'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그는 과격함과는 다르게 수줍음이 많았다.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지옥화'부터 '나는 쓰레기다'까지, 그가 영화 심의를 받을 때마다 제한 상영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때문에 요즘 '자체 검열'을 하는 그에게 전주영화제는 일종의 해방구다.
그가 내놓은 '비상구'는 신촌의 모텔에 거주하는 우현이 주인공. 뻑치기를 하며 일상을 보내는 우현은 사귀는 여자의 성기에 새겨진 화살표를 보면서 '비상구'라 이름 붙인다. 소설에선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나 그의 영화에선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의 결핍을 이야기하며 한국사회의 무기력함을 과감하게 묘사한 작품.
"솔직히 난 책을 잘 안 읽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때문에 책을 읽었고, 바로 내가 만들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촌을 무대로 벌어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내 고등학교 시절 방황했던 것과 닮아있었습니다. 당시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막 살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고민과 내가 하는 고민이 비슷했죠."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단골 레퍼토리인 가족 이야기가 빠졌다. 전작에서는 롱 테이크가 많았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컷 편집을 주로 해 영화의 속도감을 강조했다. 스타일은 달라도 "영화는 여전히 '하드코어'에 가깝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자극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신의 영화가 더 많이 사람들이 관람했으면 한다"는 바람이 그래서 공존한다.
"내 영화는 다운로드로만 본다. 이제 당당히 극장에 걸고 싶다"는 감독은 드디어 내년에 50억 가량 제작비가 투입되는 상업영화를 찍는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변절(?)에 손가락질 하지 말 것. 그의 이밖의 취향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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