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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 참는 자에게 복은 없나니

▲ 박종관 전북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교수

인터넷에서 '조루'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조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대한남성과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 3명 중 1명은 조루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그런데 비뇨기과 의사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정작 조루로 진료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러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국가간 성의식에 대한 비교 연구(GSSAB)' 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가 진행된 28개국 중 성관계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크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성관계 만족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성기능 문제 관련해서 병원을 찾는 비율은 2% 로, 2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루'의 특성상 남에게 털어놓기도 어려운 탓에 병원을 찾기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 고민을 토로하고 자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민은 커지고 해결은 안되는 상황이다.

 

학계의 정의를 보면 조루는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도 질내 삽입 전, 삽입 당시, 삽입 직후 또는 개인이 원하기 전에 극치감과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주요 증상은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도 오르가즘을 느껴 본인이 원하기 전에 사정하는 것 △빠른 사정으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사정을 참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조루는 중추 신경계의 사정조절중추에 문제가 있거나 성기 주변에 분포한 말초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유관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내분비선 장애, 또는 심리적, 정신적 문제, 발기장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조루의 가장 큰 문제는 남성뿐 아니라 파트너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性) 지침서인 '카마수트라'에도 '조루는 배우자와 갈등을 일으킨다'는 문구가 기록돼 있을 정도로 조루는 고대부터 부부 관계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조루를 가진 남성은 성적 만족감이 떨어지고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존심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불안감, 당혹감, 우울감 등에 괴로워하게 된다.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파트너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지만 발기가 잘되는 파트너에게는 무엇인가 기대를 하는데 그에 대한 기대감을 아주 빠른 사정으로 꺾어 버리니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만도 하다. 다행히도 조루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루를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치료, 수술 등이 있는데, 특히 다폭세틴 성분의 먹는 조루 치료제(프릴리지)는 필요시 복용하는 형태로, 임상시험을 통해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사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개선해 사정에 이르는 시간을 약 4배 정도 지연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부간의 진실한 대화와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조루를 해결하는 가장 큰 열쇠가 돼줄 것이다.

 

옛말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조루로 인한 고통을 참기만 하고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부부 관계에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부부가 보다 행복한 인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문비뇨기과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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