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14:47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영화·연극
일반기사

"출입불허의 성(城) 불편한 진실 상징"

카프카 특별전 토크 클래스 철학자 강신주씨

 

지난 27일 오후 8시 전주 메가박스 6관에서 열린 카프카(1883~1924) 특별전의 '성'(Castle)이 상영된 뒤 철학자 강신주(46)가 나타났다. 그가 토크 클래스에 응낙한 것은 이상용 프로그래머와의 친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카프카에게 갖는 경외감이 그대로 묻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가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살린 데다 프리다의 역할을 제대로 조명해서다."

 

영화는 성의 측량기사로 임명된 주인공 'K'가 어느 마을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K'는 성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답답하게 변죽만 울린다. 그 와중에 프리다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엉키고 이 성에 측량기사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증폭되다가 급작스레 마무리된다. 이 대목에서 강신주는 카프카의 생애로 관객들을 끌고 들어갔다.

 

"카프카는 자기 문학도 하면서 작품을 팔아야 한다는 기존 작가들과눈 차원이 다른 작가였습니다. 당시 수입이 가장 좋았던 변호사였거든요. 결국 카프카에게 문학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였습니다. 제발 좀 나를 버려줬으면 하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그래서 "들어오길 허락하지 않는 성의 주인은 카프카의 아버지이자 부패한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그는 대중문법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숨은 진실의 간극에 대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다. 관객들은 평온하다고 착각했던 일상에서 느닷없이 따귀를 맞는 듯한 그의 질문에 때때로 멍해졌다.

 

"여러분은 부모를 선택했나요, 아니죠. 그런데 선택하지도 않은 것에 왜 감사해할까요. 폭력을 상습적으로 당하는 자식들이 그래도 부모가 선하다고 믿는 건 왜 일까요. 그건 감사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카프카가 겪은 좌절감·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착했던 게 성(性). 영화 속 프리다는 카프카를 유혹하며 "여길 떠나자"고 부추기지만, 그럴수록 'K'는 그 성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면서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다 어긋난다. "수직적 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출구가 바로 사랑"이라는 그의 통찰은 "두 번 파혼한 카프카의 삶이 여기에 반영 돼 있다"는 설명으로 이어졌댜.

 

그는 결국 "이 작품은 성이 가까워졌나 싶으면 짓궂게 멀어지고 또 멀어졌나 하면 가까워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면서 "스스로도 40세가 넘어서야 이 소설이 제대로 읽혔다"고 털어놨다. "때때로 작품 읽기는 이해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그의 고백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의지가 뒤늦게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여러분이 카프카의 작품을 이솝우화처럼 쉽게 읽는다면 우리 시대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겁니다. 하지만 작품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애써 보고 싶지 않은 게 많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래서 카프카의 '성'은 무심결에 읽었다가, 봤다가 돌부리로 걸리는 그런 작품에 가깝다. 하여 보는 내내 불편하고 언짢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바로 이 대목이 의도치 않게 드러난 카프카의 문학적 야심일 수 있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