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원작소설의 재탄생 / 강렬…잔잔…코믹…각색 호흡조절 눈길
'센 놈! 조용한 놈! 재밌는 놈!'.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2013'에 초대된 이상우·이진우·박진성 박진성 감독의 영화를 압축하면 이렇다. '소설 영화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세 편의 단편영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달 27일 전주 메가박스에서 상영된 이상우 감독의 '비상구', 박진성·박진석 감독의 'THE BODY', 이진우 감독의 '번개와 춤을'. 이들은 모두 원작 소설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소설을 읽자마자 한눈에 들어왔다. 일체의 고민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일까. 감독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빨강 파랑 노랑이 모여 하얀색을 만드는 것처럼 '숏!숏!숏! 2013'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숏!숏!숏! 2013'는 1일 오후 5시 전주 메가박스 10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센 놈' 이상우 감독, 원작에 충실 = 자칭타칭 '센 놈' 이상우 감독의 '비상구'는 원작의 느낌을 가장 충실하게 살렸다.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등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이 감독답게 원작도 그리고 영화 내용도 날 것 그대로였다.
신촌의 모텔에 거주하는 우현은 친구들과 뻑치기를 하거나 소일을 하며 보낸다. 아무런 미래도 없이 폭력과 섹스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귀는 여자의 문신에 매번 관심을 보이며 화살표가 새겨진 그녀의 성기를 비상구라고 이름 붙인다. 우현은 여자친구에게 모욕을 준 남성을 찾아 죽이면서 경찰에 쫓기게 되고 탈출구 없는 거리로 뛰쳐나간다.
영화 내용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배우 조윤희의 과감한 노출 장면. 이 감독은 "배우 섭외가 잘 안 돼 걱정했다. 작품상 마른 몸을 가진 여배우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조윤희씨가 망설였지만, 결국엔 출연에 응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조윤희씨가 '살이 많이 쪘기 때문에 노출해도 될까'하고 고민을 털어놨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사실적인 영화를 그리고 싶었고 몸매 좋은 여배우가 옷을 벗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몸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놈' 박진성 박진석 감독, 흑백으로 현실과 환상 교차= '비상구'에 이어 상영된 박진성 박진석 감독의 'THE BODY'. 영화는 잔잔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비상구에서 빨라졌던 관객의 호흡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마지막 손님'을 각색한 이 작품은 원작 소설에는 없었던 후일담을 새롭게 등장시켜 흑백 화면에 담았다.
영화에서는 한 영화감독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젊은 부부 영선과 정수의 집을 방문한다. 정수의 집에는 촬영에 쓸 시체 모형이 놓여 있다. 가짜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함을 주는 모형은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마스 캐럴이 조용히 흐르는 거실과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닷가 모래톱이 교차한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일종의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박진석 감독은 "원작을 읽고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면 흑백영화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다. 소설에 보면 여중생(모형)의 몸이 흉측하게 묘사돼 있는데 왠지 컬러의 모습이 아니었다. 좀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느낌을 컬러로 옮기기에는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하도 "원작과는 다르게 후일담을 소개해 영화가 어디로 가나 싶었지만 나름 유쾌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자아냈다"고 평했다.
△'재밌는 놈' 이진우 감독, 코믹한 각색 즐거운 결말= 조용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코믹하게 마무리됐다. "원작소설 '피뢰침'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었고 단편으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이진우 감독은 '번개와 춤을'을 밝고 명랑하게 풀어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했다. 연기학원 실장인 미정은 시계를 보면 소변이 마려운 이상한 병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벼락을 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모임을 알게 되고 모임의 리더인 동규와 번개를 찾아 여행에 나선다. 하지만 수차례 '번개 세례'를 받았다는 동규는 여행에서 처음으로 벼락을 맞으며 미정과 같은 병을 얻게 된다. 미정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유쾌함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 영화는 두 주인공이 소변을 보며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고 관객들은 폭소를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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