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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준비하는 동안 근심 다 내려놓게되요"

김은재·강진숙 부부 20년째 보이차 수집

▲ 아내가 운영하는 차방에서 남편 김은재씨와 아내 강진숙씨는 보이차를 끓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내 강진숙씨(50)는 "남편 때문에 주유소 옆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은 "불 붙을까봐"라고 농을 쳤다. 남편 김은재씨(56·KBS전주방송총국 영상부장)는 펄펄 끓는 활화산같다. "전주 시내 술이란 술은 다 마셨을 것"이라고 자신할 만큼 술도가니에 빠져 산 세월이 길지만, 그가 아내와 함께 보듬은 삶의 폭은 넓다. 대개 주변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했거나 했다 하더라도 끈질기게 하지 못한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것. 자전거와 보이차다.

 

남편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육중했던 몸이 홀쭉해졌다. 그는 "운동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고, 변하는 주위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한 번 '꽂히면' 웬만해선 놓지 않는 터라 "저녁만 되면 타고 싶어지고 나도 모르게 끌고 나가"는 수준의 라이더가 됐다.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자동차는 창문이라는 틀로 풍경을 보게 되지만, 자전거에는 틀이 없지요. 공기를 온몸으로 마시고 아주 가까이에서 자연의 속살을 보는 매력이 있어요. 자전거만 4대를 갖고 있습니다."

 

20년 전 아내의 권유로 시작된 보이차에 빠지면서 그의 방황도 거기서 끝났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의 대엽종 찻잎을 원료로 찻잎의 수분을 제거해 발효시킨 차. 부부는 "보이차는 물처럼 하루종일 마셔도 몸에 좋은 유일한 차"라고 소개했다. 남편은 "위가 안 좋을 때 보이차를 마시면 편안해지고 몸의 노폐물을 제거해주고 소화도 잘 된다"고 했고, 아내도 "인공조미료에 오염되지 않은 이전의 미각으로 회복시켜준다"고 거들었다.

 

수많은 차 중에 보이차로 관심을 돌린 것은 "결국 차 중의 최고는 보이차"라는 숱한 시행착오가 참고된 것. 아홉번 찌고 아홉번 말려 완성품으로 내놓는 녹차와 달리 보이차는 발효시킬수록 그 맛과 향이 깊어진다. "아마 집 몇 채 값은 됐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이들 부부는 한 '편'(357g 기준)에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보이차를 덥석덥석 사뒀다. '차 욕심'이 남다른 이들 부부가 보이차를 사서 쟁여두다 보니 이사도 못갈 처지가 됐으나 물 마시듯 보이차를 매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 아내가 지난해 차린 작은 공간에 들러 보이차의 해박한 역사를 배경음악 삼아 알음알음 음미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그 짧은 시간은 걱정·근심을 다 내려놓게 합니다. 요즘처럼 조급증이 만연된 사회에선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게 하거든요."

 

하지만 차가 아무리 좋아도 접근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데 동감한다. 그래서 수백여 종이나 되는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법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몇 십 년 발효시켜 먹는 값비싼 생차의 맛과 향은 따라올 순 없으나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발효시킨 숙차(5~8년)로 단련시킬 것을 제안했다. 또한 보이차의 '나이' 못지 않게 중요한 찻잎의 산지, 원료의 등급, 제조공장(차창)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싼 차에 집착하는 한국의 보이차 문화에 일침을 놓으며 "오래된 비싼 차를 잠깐 마시는 것보다 싼 차를 오랫동안 마시는 게 비용과 건강 면에서 바람직하다. 돈을 적게 들여 미각을 단련시켜 보이차 맛을 알고 난 후 서서히 오래된 차로 옮겨가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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