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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결산】'또 다른 소리축제' 우려 목소리

초청·기획 프로그램에 경연대회는 변방으로 / 공동추진위 유야무야 중장기 발전안 불투명

'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7~10일 전주한옥마을 일대)로 인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봄과 가을에 나뉘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게 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획·초청 공연을 기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정작 핵심 프로그램인 경연대회를 축제화하는 방향의 고민은 3년 째 답보 수준인 데다, 지난해 주최·주관 측이 꾸린 '공동 추진위원회'(가칭)가 슬그머니 유야무야되면서 대사습의 발전안을 마련할 여지마저 사라져서다. 이에 대해 주최·주관자인 문화방송과 전주MBC,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전주시는 올해도 서로 협조해 전주대사습을 무리없이 이끌고 있다고는 하나 속내는 기획·초청 공연은 방송사가 불과 5명의 인원으로 꾸린 자체 기획위원회가 도맡고 있고, 경연은 대사습보존회가 맡는 방식으로 양분 돼 있다.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다. 전주MBC는 예산 확보·프로그램 기획 등 노력을 쏟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을 고민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대사습보존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전주MBC에 협조하긴 해도 대사습의 주도권마저 뺏기고 싶지는 않다. 예산 지원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전주시 역시 행사 지원 등에만 신경쓰고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은 형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사습을 이끌어가는 사공은 많으나 정작 이 배를 책임지고 이끌 사공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전 관리 소홀로 논란…판소리 일반부 병역혜택 남성명창만 배출 지적도 = 특히나 주최·주관 측은 전주대사습의 꽃인 성인·학생 경연을 전주 경기전 특설무대에서 열면서도 경기전 관리를 허술하게 해 전통문화도시 전주라는 이미지에 먹칠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집행부는 한옥마을 내 경기전 만한 무대를 찾을 수 없어 어렵사리 응낙을 받았다고 했으면서도 이곳저곳 잔디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등 경기전 관리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샀다. 경연에 참가한 한 소리꾼은 "심지어 경기전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전 뒷길은 차량 제한을 하면서 정작 경기전 내엔 행사 차량을 들이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반문했다.

 

올해 대회는 판소리 명창 9명, 농악 9팀, 무용 22명, 기악 40명, 판소리 일반 10명, 명고수 7명, 궁도 232명 등 총 168개팀 56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욱이 지난해 366개팀 676명 보다 참가자들이 적은 데다 연령마저 갈수록 낮아져 수준이 '하향 평준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으나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는 평가다. 다만 종합심사위원장을 맡은 신영희 명창은 "무대가 야외이다 보니 육성으로 듣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면서 방송사 편의를 위한 경연으로 '마이크 명창' 배출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판소리 일반부에 몇 년 째 남성 명창만 장원자로 배출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력 있는 여성 소리꾼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기 때문에 출전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왕기석 명창은 "여성 명창들이 손해보는 게 사실이다. 여성 소리꾼들만 출전 가능한 판소리 일반부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 아니겠느냐"고 제안했다.

 

△ 또랑광대경연·밤샘콘서트 등 호평…공연자·관람자 배려 부족한 무대 = 올해 새롭게 신설된 '또랑광대경연'은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첫 대회이다 보니 참가팀이 적었고 수준도 들쑥날쑥하긴 했으나 아마추어 소리꾼들을 재발견해 이 시대의 판으로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가 판소리 대중화에 일조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었다. 카페에서 국악 선율을 들을 수 있는 마디콘서트 '점심'과 해질녘 야외에서 국악 연주를 들려준 마디콘서트'즈음'은 은행로 양쪽에서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깜짝 선물이 됐다. 새벽 2시까지 이어진 '밤샘콘서트'에서는 지난해 공연단으로 꼽힌 '모던테이블'의 뮤지컬·판소리·힙합 등 경계를 넘나드는 열정적인 무대부터 이생강 명인의 대금 연주까지 다채롭게 구성 돼 주최 측이 앵콜을 만류해야 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전주대사습의 몇몇 무대는 공연자·관람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다. 전주 한옥마을에 그늘이 있는 곳이 드물기는 해도 공예품전시관 특설무대·마디콘서트의 객석은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경기전 주차장에서 열린 거리공연의 무대는 멍석 하나 깔아둔 것이 전부여서 공연자들은 뜨거운 바닥에서 공연을 하는가 하면 객석은 따로 마련되지도 않아 상당수 관람객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멀찍이 관람하는 데서 그쳤다. 게다가 매년 마련되는 학술 프로그램의 주제는 새삼스레 대사습의 역사적 뿌리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했을 뿐 경연의 축제화 방안, 소리축제와의 관계 설정 등에 관한 발전적인 담론으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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