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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두씨의 '커피여행'

꿈을 위해 떠난 여행, 도전은 행복을 만든다

▲ 분홍색으로 도색한 트럭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커피를 팔다 보니 어느새 유명인이 돼버린 김현두씨. 그는 오늘도 분홍 트럭 '공간이' 안에서 진한 커피향을 풍기고 있다.
누구에게나 원하는 삶이 있다. 여행을 하는 삶, 많은 것을 즐기거나 누리는 삶,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삶 등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고 또 꿈꾸는 삶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개는 현실과의 타협(?)에 의해, 지금 눈앞에 놓인 어떤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떠나고 싶은 이는 오늘도 아침마다 넥타이를 목에 조여매고, 배우고 싶은 이는 오늘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눈앞에 놓은 성과 앞에서 전전긍긍한다. 삶은 이렇게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메워내지 못한 채 또 하루 흘러간다.

 

오늘 소개할 김현두씨는 자신의 생각으로 현실을 바꿔낸 사람이다. 그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도, 미래를 촉망받는 능력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해진 길을 거부했다. 아니, 운명이 그를 이끌었다고 보는 게 좋겠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손수 만든 분홍색 커피트럭 '공간이'와 함께 돌연 여행을 시작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정된 직장보다, 보장된 미래보다 제겐 그게 더 중요했어요."

 

현두씨의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현두씨 삶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해, 현두씨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커피트럭을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는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택했다.

 

△ '여행자'의 삶 함께 열어준 커피트럭 '공간이'

 

그의 새로운 길은 우연히 본 책 한권에서 시작됐다. 일반 커피보다 훨씬 만들기 어려운 핸드드립커피만을 파는 어느 커피노점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그는 책을 접하자마자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퇴직금을 탈탈 털어 인천의 어느 중고차 거래소에서 오래된 트럭을 한 대 구매했다. 준비한 디자인에 맞춰 차에 색을 입히고 이곳에서 커피를 팔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이름도 붙였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커피트럭 '공간이'의 탄생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커피트럭. 현두씨는 이 차를 타고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니, 커피트럭을 핑계삼아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는 하나의 문화코드가 된 '커피'를 매개로 삼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많은 공간을 여행하고 싶었다. 진안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일단 트럭을 시작하면서 전주쪽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처음 커피트럭 시작했을 때는 제가 이런 노점방식이나 이쪽 세계의 룰 같은 걸 잘 아는 게 아니라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갔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한 잔도 못 팔고 올 때도 있었죠. 주로 전주 지역에 있었는데 장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처음엔 힘들더라고요. 그때 고생 많이 했었습니다."

 

장사를 해본 적 없는 그가 '대박'을 터뜨릴 리 만무했다. 당연했다. 상심한 그에게 친구가 뼈저린 조언을 해줬다. 그가 말했다 "너 지금 뭐하는 거냐"고.

 

"여행하려고 시작한 일이라면 왜 한 지역에 갇혀 '장사'를 하고 있냐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떠났죠. '장사'가 아닌 '여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온 현두씨. 장사는 순식간에 크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여행을 하기 시작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고 눈앞의 풍경, 자연, 수많은 인연이 소중했다. 친구의 조언을 듣자마자 떠난 하동, 구례 등을 거치는 열흘간의 남도여행은 현두씨에게 진정한 자신의 길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

 

△ 소셜미디어, '공간이'를 스타로 만들다

 

현두씨는 커피트럭을 타고 '여행'을 하기 시작했고, 그의 여행은 수많은 인연을 만들었다. 최근 방송에서 유명해진 배우 조달환과 막역한 사이가 되기도 했고, 매일 이동하는 그이지만 알고 찾아와주는 분들도 늘었다. 그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 SNS가 있었다.

 

"여행을 하는 것은 좋은데 제가 매일 이동하다보니 저를 위해 직접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헛걸음 하시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고기BBQ라는 트럭노점이 SNS로 자신들의 이동경로를 알려주면서 이동식 판매를 해 성공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시도해보게 됐어요."

 

고기BBQ의 사례를 발판 삼아 현두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어디서 몇시에 문을 여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온적이던 반응들이 시간이 지나자 현두씨의 페이스북을 참고해 현두씨와 커피트럭의 위치를 파악해 찾아오는 등 적극적으로 변했다. SNS가 현두씨의 이야길 전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 것이다.

 

온라인상의 적극적인 활동 때문이었을까. 얼마전 현두씨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됐다. 얼마 전 현두씨를 소개한 전라북도 블로그의 글을 본 한 방송사의 리얼다큐 프로그램에서 현두씨를 밀착 취재해 소개한 것. 방송을 본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현두씨와 공간이의 이름을 검색하게 됐고, 그는 사람들에게 일약 '자신의 꿈을 위해 여행하는 멋진 커피트럭 여행자'로 소개됐다.

 

"SNS를 통해서 알려지는 제 이야기를 두고 사람들은 여유있다고 느끼는데, 마음은 여유가 있지만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지금도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저의 여행 이야기가 좋아서 시작했기에 만족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이곳 '공간이'를 사랑해요."

 

△ 전주에 여행자카페 만드는 것이 꿈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그의 꿈은 소박하다. 전주에 여행자 카페를 차리는 것.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전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마음편히 잘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단다. 더불어 그가 커피트럭과 함께 길 위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과 기억, 추억, 소중한 사람들을 담아내는 책도 한 권 내고 싶다고. 커피와 여행이라는 두가지 테마로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난 현두씨.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도전을 무던히도 해 나가고 있는 든든한 그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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