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그러나 오늘의 한국의 대학은 어떠한가.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로할 용기가 있는 것인가. 쉽지 않은 결단이 요구되는 일이다. 필자가 경험한 한국 대학의 진실에 대하 두 가지 사실을 고백해 두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반값 등록금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반값 등록금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처음 공론화된 이후 그들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선거 전략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유권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대학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업 시간을 단축한다든가 강의 단위를 대형으로 조정한다든가 아니면 전임 교원에게 수업시수를 더 많이 요구한다든가 하는 일이 여러 대학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은 말을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이고 이에 역행하면 여러 제재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교육 당국자의 위협도 무섭다.
다른 한편에선 한국의 대학 경쟁력을 논하는 상반된 요구가 있다. 국내 순위가 정해지고 아시아 순위가 발표되고 세계 순위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아주 부진하다고 질타한다. 또는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중국의 약진에 비해 너무 지지부진하다고도 한다.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겠다는 나라에서 대학의 세계적인 경쟁력 부진을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원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미래창조의 현장이 대학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학이 미래 창조의 생산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 다음은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그대로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얼마 전 유수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만났다. "대학 평가 왜 그렇게 합니까."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날아왔다. 그 평가가 현장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의 현실은 국가 미래 차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신입 사원을 채용해 연봉의 몇 배에 해당하는 교육비를 들여서 훈련시킨 후 3, 4년이 지나면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라는 것이다. 겨우 유능한 인재로 훈련시켜 놓으면 직장을 바꾸어 버리는 풍토. 좀 더 편하고 쉬운 직종을 찾아가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면 '한국은 앞으로가 문제'라는 독백이 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화려한 스펙을 쌓는 교육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생산 현장에서 참고 견딜 수 있는 인간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은 당장 현장에 필요한 교육만을 하는 곳은 아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당장의 필요는 당장의 쓸모일 뿐이다. 대학교육의 본질은 다양한 인문 교육을 통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교육하는 곳이다. 기술 교육이나 현장 교육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 대학의 존재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생산 현장에서 견디지 못하는 인재라면 그들이 아무리 고상한 교양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중심 동력은 약화되고 말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국의 대학교육이 현장 교육도 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인문 교육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되고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국가적 경쟁력은 순식간에 추락할 것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생 유권자를 유혹하고 대학을 압박하는 정치권력이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졸업생을 양산하고 있는 대학 당국 모두 일대 개혁이 요구되는 중대한 시점이 바로 눈앞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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